매 맞는 소방관이 늘고 있다
매 맞는 소방관이 늘고 있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8.05.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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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폭행 220건 4년새 2.2배 ↑… 충북 18건

폭행사범 대부분 벌금형 그쳐 … 처벌 강화 지적
▲ 첨부용. 청주 상당경찰서는 17일 구급차 안에서 119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A(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은 A씨가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모습.2017.01.17.(사진=충북도소방본부 제공)

“한 남성이 길가에 쓰러져있어요.”

충북도소방본부 종합상황실 119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출동지령을 받은 구급대원 A씨(33)는 부리나케 현장에 출동했다. 확인해보니 만취한 취객이 인도에 누워 있었다. A씨는 넘어져서 다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취객을 병원으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조심스레 깨우자마자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취객의 욕설과 주먹이었다.

A씨는 얼굴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전북 익산에서 취객에게 맞아 사망한 50대 여성 구급대원 사건의 여파로 소방관들의 폭행 실태가 조명되고 있다.

익산에서 소방공무원 강모씨(51·여)는 술에 취해 도로 한복판에 쓰러진 시민을 구조하려다 폭행당했다.

어지럼증과 경련, 심한 딸꾹질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손상 진단을 받은 강씨는 기립성 저혈압과 어지럼증으로 2개월 요양진단을 받고 정밀진단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4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지난 1일 끝내 숨졌다.

충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매 맞는 소방관'이 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구조·구급 업무 중 폭행·폭언 피해를 본 사례가 4년 새 2배 이상 늘어나고 최근 5년 7개월간 해당 건수는 870건에 달한다.

2012년 93건(폭행 93건), 2013년 149건(폭행 149건), 2014년 132건(폭행 130건·폭언 2건), 2015년 198건(폭행 194건·폭언 4건), 2016년 200건(폭행 200건), 지난해 7월 말까지 98건(폭행 97건·폭언 1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200건) 폭행 사례는 4년 새 2.2배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18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충북도 18건에 달한다.

소방관들의 폭행이 줄지 않고 있지만, 가해자의 처벌은 미비하다.

소방기본법은 출동한 소방대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화재진압·인명구조, 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구급대원 폭행 및 처분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3년(2014~2017년 7월)간 구급대원 폭행사범 622명 중 314건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2명 중 1명인 셈이다.

한 소방공무원은 “현장에서 취객 등에게 욕을 듣거나 폭행당해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보니 그런 상황이 생기면 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홍 의원은 “119신고자가 위험상황에 있다면 경찰과 구급대가 동시에 출동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또 주취자의 소방관 폭행은 현행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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