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초록, 초록이네
이내 초록, 초록이네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05.01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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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한낮이면 여름의 기온이 무색할 정도,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어젖힌다. 겨우내 숨겨져 있던 살이 드러나고, 건물의 집안 살림도 보일 정도로 창문이 열린다. 기온의 상승에 따라 벗어젖히고, 여는 때에 촘촘히 매달고 단단히 고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색까지 짙게 하는 것들이 있다. 초록이다.

언제나 따뜻해지나 싶었는데 이내 초록이다. 꽃샘추위를 이겨낸 꽃잎보다 여리고 보드라웠던 순들이 어느새 초록의 잎으로 변해 제법 그늘을 만들고 있다. 그 그늘의 밑은 시원하고도 청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싱그런 내음과 살결에 닿아 몸속 깊숙이 전달되는, 부서트린 햇살은 그 자체가 힐링일듯하다. 이는 삭막한 도시의 숲에서도 느낄 수 있다.

미세먼지의 예방차원과 치유차원에서의 도시숲이 소개된 적이 있다. 미세먼지를 흡수하여 줄이는 효과가 25.6% 정도로 소개했다. 꼭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도시숲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여러 가지다. 산소를 생산한다든가 온실가스 흡수, 대기질 개선효과 또 한 가지고 있다. 이 녹색 숲의 가치는 우리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적용되기에 늘 가까이하고 친해질 필요가 있다.

실외에서의 도시숲을 실내에서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요즘 재활용에서 거론되고 있는 PET병을 휴지통에서 집어든다. 안에 남긴 음료를 가셔내고 물을 채운다. 그리곤 아이비 한 촉을 잘라 꽂는다. 겉 포장지도 그대로 둔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리는 잔뿌리와 어울려 묘한 그림으로 표현되기에 긴 시간 모니터에 충혈된 눈의 치유제가 된다.

커다란 페트병에는 몬스테라를 잘라 물을 조금 넣고 담가놓는다. 계속적으로 물을 주지 않아도 수분 공급이 되고 가습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 실내관엽식물중 가장 멋스럽고 공기 중 유해물질 제거, 초미세먼지 제거 효과에도 뛰어나기에 적극적으로 추천.

창가 쪽으로는 완두콩, 방울토마토나 다년간 키울 수 있는 인동초를 심어 지지대를 해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직사광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고 함께 키울 수 있는 동시에 수확의 기쁨도 함께, 인동초는 밀폐된 공간을 향에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나지막한 접시에 수태나 거즈를 깔고 넉줄고사리나 묘이고사리를 얹어보는 것도 좋을 듯, 잎사귀와 함께 자라는 뿌리를 볼 수 있고, 공기 중 유해 물질을 흡수해 공기정화는 물론 습도조절에도 좋고, 해가 잘 안 드는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 식물을 잘 죽이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키우는 것에 좀 능숙하다 싶으면 화산석이나 나무에 착생시켜 키우는 것도 멋을 주는데 더욱 좋을 듯.

초록의 식물이 환경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지쳐 있는 우리에게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주고, 창의적 사고를 이끌어 내는데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을 보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녹색이 두뇌를 자극해 창의성과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녹색은 성장이나 확장을 상징하는 색이다.

요즘은 식물번식에 손이 분주한 때다. 갖가지 식물을 나눠주어 함께 하고 싶은 이유이다.

초록의 식물을 키우고 나누는 데는 환경적 이유도 있지만, 초록은 관심을 준 대가로 함께 공생한다는 것에 대한 공유이다. 초록의 식물은 위선이나 해하는 일이 없다. 어쩌면 동물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의 삶을 영위하지만, 갖가지 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터득하고 살아가기에 숲을 이룰 수 있다. 함께 어울려 조화로운 숲을 이루는 삶, 모두가 초록이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이내 초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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