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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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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을 끊자… 대통령 탈당을 보며
김 주 환 <논설위원 극동정보대학 행정학 교수>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을 공식적으로 탈당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의 임기 말에 집권당의 당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되어오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전임 대통령 모두 임기 말에 집권당을 탈당하였다. 처음에는 대통령 선거의 엄정 중립이 주된 이유가 되었으나, 언제부터는 집권세력의 실정을 교묘히 숨기는 탈색과정으로서 이용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정책실패와 낮은 지지도를 만회하고 집권연장을 위한 정치적 술수의 하나로 악용되어왔다.

특히 이번 대통령의 탈당은 후자의 측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경우, 이유야 어찌되었든 제1의 명분은 대통령 선거의 엄정중립이었다. 이를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고, 그 완결판이 대통령의 탈당이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것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대통령 탈당, 국무총리 교체와 복당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통일부 장관의 유임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대통령의 탈당과 함께 있을 개각은 대통령을 희생양 삼아 집권당의 실추된 지지를 만회하고, 이를 통해 정권재창출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그 핵심이 아닐까 한다.

누구는 정당이라는 것이 정권창출을 그 핵심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다소 기이한 과정일지라도 변신을 시도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집권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련의 정치적 사건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선거와 탈당의 의미를 재음미하여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대통령의 탈당과 선거중립의 의미이다.

사실 우리의 과거에는 집권당이 행정력을 이용한 불법적인 선거개입이 있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이러한 유산을 단절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중립내각의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가 한참 진행된 상황에서 중립내각의 요구가 합당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혹여 정책을 통해 집권당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을 선거개입이라 한다면 이는 집권당이 가질 수밖에 없는 당연한 프리미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의 선심성() 등을 이유로 중립내각을 요구한다면, 이는 국민의 혜안(慧眼)을 모욕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희생양" 문제와 정권재창출의 문제이다. 이 역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정권과 여당 대선 주자들의 낮은 지지도는 자기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부동산 정책과 북한 핵무기실험 등으로 대표되는 대내외적인 정책실패의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혼자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집권세력 모두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을 희생양화하려는 여당의 탈당요구는 한마디로 이율배반적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과거 정책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이를 통한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계획과 호소를 국민들은 더욱 원한다.

과거의 악연으로부터 사슬을 끊어야 한다. 탈당이 대통령 선거의 중립을 보장하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집권세력의 책임을 회피할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벌어진 일을 어찌할 수는 없으나, 차기 대통령과 집권당은 현재 벌어지는 집권세력의 정치행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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