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길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길
  • 김낙영<청주시 강서2동 행정민원팀장>
  • 승인 2018.04.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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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김낙영

아들의 군 입대를 위해 2년 전쯤 경남 진주에 있는 훈련소에 가보게 됐다. 당시 군 생활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들은 초조함이 역력했다.

그런데 훈련소 여기저기에 `爲國獻身 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글귀와 안중근 장군이 11명의 동지들과 약지 손가락을 자르고 새긴 혈서가 있는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시련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조국과 민족을 자기 한 몸 희생해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근에 `암살', `밀정', `박열'등 지금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다룬 영화를 많이 보게 되면서 잊힌 독립운동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문영숙 저자의 `독립운동가 최재형'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높은 신분·많은 재산 등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정신이다. 노비 출신인 그는 연해주로 이주해 군수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고 한인 사회에서 군수에 선출될 정도로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그는 따뜻한 동포애와 인간성을 갖춘 채 한인 노동자 권익 보호에 앞장섰고 한인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32개의 소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 후원을 위해 사재를 털고 기업을 운영했다.

그는 대동공보, 권업신문 등을 발행해 대한의 국민이라는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노력했고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다. 그의 이러한 지도력 아래 생활하던 한인들은 각 집마다 그의 사진을 걸어놓을 정도로 그를 존경했다. 기업가, 한인들의 교육자, 독립운동가, 언론가로서 몸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길을 걸어간 최재형 선생의 삶에서 많은 점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는 고위공직자나 기업가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을 요구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재형 선생이 노력해서 모은 재화가 타인과 사회에 유익하게 쓰여 많은 사람에게 봉사하는 기능을 하고 한인들이 억울한 대우를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앞장섰듯이 오늘날의 실업 문제, 노동 문제, 안보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도 그가 실천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배우고 우리가 함께 그 길을 걸어간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힌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고, 잊힌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후손들인 우리가 독립운동의 공적을 기억하고 민족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재형 선생 한 개인이 러시아 한인 사회에서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고 그의 삶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엄청난 귀감과 교훈이 되고 있다.

자칫하면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던 이러한 그의 업적은 그 후손들의 노력과 대한민국의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통해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이렇듯 잊힌 독립운동가 발굴 작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인 우리는 이어받아 계승해 나가야 한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걸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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