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한반도 평화다
목표는 한반도 평화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4.2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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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있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개인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발언 가운데 가장 가슴에 닿았던 말이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며 미국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꿈틀대던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며 미국이 강행할지도 모를 유력한 옵션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미국과의 공고한 유대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던 시기였던 만큼 “북핵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일전을 불사하겠다”며 동맹국을 거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전쟁 불가를 강력하게 선언함으로써 북한을 극한으로 압박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구멍을 내버렸다.

문 대통령의 말에 적극 공감한 것은 국가 지도자의 1차적 책무는 국민의 안전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최악의 상황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그 불가피한 경우를 회피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대북 선제타격론에 결정적 제동을 건 데 공감한 것은 동맹국과의 유대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그의 인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 내 매파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평창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국내에선 “궁지에 몰린 김정은의 쇼에 현혹돼 안보를 포기했다”는 보수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역시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운을 가시게 하려는 노력의 하나였고, 궁극적으로 김정은이 북미협상을 공정하게 중재할 파트너로 문 대통령을 선택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동했다.

이번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 얻은 최고의 성과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상호 신뢰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발언에서는 진정성과 전향성이 동시에 읽혀졌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앞으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탈북자와 연평도 주민의 안전까지 언급한 대목은 파격이었다. 김정은은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으로 가는 길목도 탄탄하게 포장됐다.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의 언론이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기로 한 판문점선언을 가감 없이 보도한 점도 주목된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북한의 북부 핵실험장들을 5월 중에 폐쇄하고, 그 과정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해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초청해 과정과 결과를 확인토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종전과 불가침이 보장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는가. 나는 미국이나 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쏠 사람이 아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체제 보장만 확실하게 해주면 핵에 대한 미련을 주저 없이 버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북미회담을 준비 중인 미국에 보낸 명료한 메시지이다.

그렇다고 북미협상이 탄탄대로를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협상은 테이블에 앉은 당사자들이 상대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벌이는 줄다리기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김정은은 체제를 유지해 줄 유일한 버팀목으로 삼아온 핵을 걸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당연히 핵이 보장해 줄 이상의 완벽한 체제수호 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과정에서 견해가 엇갈려 교착에 빠지기도 할 터이고 결렬의 위험에도 봉착할 것이다. 조정자인 우리 정부의 역할에도 위기가 닥치고 정쟁에 말려들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당리에 급급한 일부 야당이 판문점선언을 조롱하고 폄하하고 있다. 이 같은 험로를 통과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이번에 합의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들을 차질없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 신뢰가 쌓여야 북미 간 협상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북핵에 우선하는 우리 정부의 철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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