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문화의 꽃을 피운곳
단양 수양개유적(2)
구석기문화의 꽃을 피운곳
단양 수양개유적(2)
  • 우종윤<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8.04.29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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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 우종윤

금수산(1015.8m) 줄기가 뻗어내려 남한강과 맞닿은 언저리에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와 하진리 마을이 들어서 있다. 남한강 물줄기는 이 마을 앞에서 곧게 흐르며 애곡천과 죽령천, 단양천의 물줄기를 받아들인다. 산줄기를 등에 지고 남한강을 마주하며 햇볕 잘 드는 남향으로 짧고 완만한 비탈면이 형성되어 있다. 구석기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곳에 강줄기를 따라 4km 범위에 구석기시대 유적 5곳이 분포하고 있다. 삶의 터를 옮기며 사냥과 채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구석기인들에게 이곳은 포근한 보금자리였던 셈이다.

최근에 새롭게 발견된 유적이 수양개 6지구이다. 1지구와는 3.5km 떨어져 있다. 수양개유적 1지구가 충주댐 건설을 계기로 찾아진 반면, 6지구는 호반관광도시 단양의 위상정립을 위해 건설되는 수중보가 계기가 되었다. 모두 댐 건설로 인해 구석기인들의 문화는 우리 곁에 다가와 빛을 보게 되었으나, 그들의 삶터는 다시 댐 건설로 물에 잠기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6지구는 2009년 지표조사 시 유물 한 점 발견되지 않았으나 구석기인들이 선호하는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유적분포추정지로 설정하고, 2011~2012년 시굴조사를 하여 구석기 문화층을 발견하였다. 오랜 구석기유적 조사의 경험으로 얻은 값진 성과이다. 발굴조사는 2013~2015년에 매년 장마시작 전 3~6월의 짧은 기간에 집중조사 하였다. 유적이 해발 127~130m 사이에 위치하여 쉽게 물에 잠기기 때문이었다. 일기예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번거로운 조사였다. 조사면적은 2,838㎡이다. 조사결과 4만년 전후기 구석기시대 이른 시기에 처음 구석기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 이래 1만 5천 년 전쯤의 후기 구석기시대 늦은 시기까지 시기를 달리하며 같은 장소에 4번에 걸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동생활을 하는 구석기인들이 시기의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찾아와 살았던 것으로 보아 당시 사람들에게 이곳은 좋은 살림터였음이 틀림없다.

그들이 생산하고 소비한 석기는 40,676점으로 방대하다. ㎡당 출토된 석기는 14.3점으로 매우 높은 밀집도를 보인다. 석기 수와 밀집도에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이다. 석기제작 과정에서 생산되는 1차 생산물인 몸돌, 겪지, 조각들이 약 93%를 차지하고, 완성된 석기 중 다양한 형식의 밀게, 긁개, 새기개가 많음은 매우 활발한 석기제작 활동과 삶에 필요한 짐승가죽을 무두질하고 가공하였음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석기 수와 석기구성은 이곳이 이동하다 잠시 머문 곳이 아니라 오랜 기간 거주하였음을 의미한다.

한편 수양개 6지구 구석기인들의 높은 인지능력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유물이 3문화층에서 출토된 눈금돌 한 점이다. 길이 20.6㎝, 너비 8.1㎝, 두께 4.2㎝, 무게 1.2㎏의 장타원형 자갈돌의 길죽한 옆면에 정교하고 숙련된 솜씨로 21개의 눈금을 새기었다. 눈금을 공구현미경과 레이저스캐너로 측정한 결과 평균 눈금 간격 4.14㎜, 눈금 길이 4㎜, 눈금 기울기 84도, 눈금 깊이 0.15~0.2㎜로 측정되었다. 이처럼 넓고 좁은 돌의 4면 중 좁고 긴 옆면을 선택한 공간인식, 일정한 등간격으로 새긴 간격 또는 거리의 개념, 평행선에 대한 인식, 직각에 가깝게 새긴 수직선 개념, 일정한 길이와 깊이로 새긴 정교한 작업 등으로 볼 때 당시 사람들은 기하학적 개념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직선상에 일정한 간격으로 정교한 솜씨로 새겨진 눈금돌은 당시에 길이나 간격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3만 7천년 전의 유물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넘어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강 가 양지바른 낮은 둔덕에 무리지어 여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았을 수양개 구석기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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