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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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오늘 오전 10시30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다. 오늘의 만남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는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땅이었다. 그러나 오늘 오후에 발표될 남북정상의 합의문 내용에 따라서는 한반도가 단숨에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가히 오늘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날이라 할 수 있다.

남북정상이 만난 것은 오늘까지 모두 3차례다. 2000년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채택했다. 2007년 10월4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을 발표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가 유지되는 동안 남과 북은 한 민족다웠다. 1998년 11월18일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고, 2000년 8월15일 제1차 남북이산가족방문단 교환방문이 서울과 평양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2004년 12월15일 개성공단이 출범하며 남과 북이 경제협력의 문을 활짝 열었다. 북한도 유보해왔던 핵 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했고, 6자회담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 포기' 등 6개 항목으로 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남북교류도 활발해져 평양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북한을 다녀오면 빨갱이라느니 종북 세력으로 몰려 감옥에 가는 일도 없어졌다. 그 덕에 나도 2003년 9월 남북방송인 교류라는 명목으로 평양을 갔었다. 인천에서 평양까지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고 서해직항로로 날아갔다. 순안공항에 내려 첫 발을 내디뎠던 감격과 삼지연에서 백두산을 오르던 그 순간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랬던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금강산관광 중지, 북한의 2차 핵실험, 천안함 피격사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등장, 북한의 3, 4차 핵실험,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으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그리고 북한은 지속적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 미사일개발로 주변 강대국들의 공분을 사면서 온갖 경제제재에 시달려야했다.

최악의 경제상황에서도 지난해 9월 ICBM 장착용 수소탄시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사했다. 이후 남과 북은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문재인대통령의 대북특사파견 등을 거쳐 오늘의 남북정상회담과 5월에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성사 시켰다.

오늘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단순한 정상회담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남과 북이 이 회담에 국운을 걸어야할 만한 만남이다. 남과 북이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휴전체제에서는 어느 것도 이뤄내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만남을 통해 항구적인 평화의 틀을 만들어야한다. 서로의 믿음이 확고해져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경제협력을 할 수 있고, 남과 북이 서로의 모자라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존재의미는 국민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나 일당독재, 일인독재 체제의 국가나 마찬가지다. 통치기술의 차이일 뿐 국민 없는 정권이나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과 북의 모든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남과 북의 항구적인 동반자 관계를 다져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남과 북의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여 마침내 이뤄내는 통일의 기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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