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웃
우리들의 이웃
  • 김경수<수필가>
  • 승인 2018.04.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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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경수

어느 날 거리가 무척 소란스러웠다. 길아재와 길여사 그리고 떠돌이 고물수집상이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길에서 고물상을 한다고 길아재라고 불렀고 아줌마는 길여사라고 불렀다.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민 동네에 그들이 그곳에 나타난 것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언제부터인가 길모퉁이를 지날 때마다 곱지 않은 시선들이 힐끗거리며 수군거렸다. 동네 마트 뒷켠 울타리 안으로 고물을 쌓아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고물들은 울타리를 넘어 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말이 고물이지 쓰레기로 보는 사람도 있을 법했다. 게다가 그들이 작업할 때는 소음과 악취가 종종 사람들을 자극하였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들이 누구기에 어떻게 이곳에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궁금했고 심지어 어떤 이는 그들이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아닌게아니라 미관으로 보나 위생으로 보나 마뜩찮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설마 그들이라고 한마디씩 던지는 소리를 모를 리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사람들을 보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양 가깝게 다가서곤 하였다.

그들은 중년을 훌쩍 넘은 남녀였다. 그렇다고 두 사람은 부부가 아닌 듯했다. 그들 또한 떠돌다 우연히 만난 사이 같았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동네 마트가 눈에 뜨이자 마트 밖에 모든 청소를 해주는 조건으로 그곳에서 버려지는 고물들이 그들의 차지가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예 그곳을 그들의 터전으로 삼아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 그들이 쌓아놓은 고물들이 몇 점 없어진 것이었다. 그들은 떠돌이를 과거에 있었던 일로 의심하고 지나가는 그에게 다짜고짜 싸움을 청한 것이었다. 그들도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르지만 떠돌이를 도둑인 양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며 다그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기회에 떠돌이를 통해 자신을 알리려는 속셈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들의 싸움이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 어디선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은 값을 치르려고 했는데 그들이 없어 물건부터 가져가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자신들이 가져간 물건을 실토하면서 그들에게 값을 물었다. 비록 싸움은 싱겁게 끝났지만 그런 기회를 통해 그들은 동네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 후로 점점 갈수록 사람들의 피부 속으로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쩌면 어느 순간 이미 자연스럽게 그들은 이웃으로 다가가고 사람들은 늘 곁에 있는 우리들의 이웃으로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들의 곁에는 여러 형태의 이웃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귀고 싶은 이웃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이웃들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이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미워만 할 수는 없다. 그들 또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함께 살아가야 할 또 하나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려 깊은 배려로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다 보면 그들 또한 우리들의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만약에 어느 날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들이 궁금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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