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대 좋은교육감
진보교육감 대 좋은교육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4.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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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친구를 사귈 때 부모들이 자식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그 친구 좋은 애냐?”

`좋다'는 기준은 인격적으로 된 사람인지를 의미하기보다 집안이 넉넉하고 공부도 잘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은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은 사람이요, 해를 끼칠 사람이면 거리를 둬야 하는 경계대상이 된다.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 눈에 띄는 점은`좋은교육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년 같으면 교육감선거에 나선 출마자들을 성향에 따라 진보, 보수, 중도로 나눴다.

당연히 선거구도도 진보 대 보수, 진보 대 중도로 짜여졌다.

2014년 교육감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개 지역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탄생하면서 진보교육감 전성시대를 열었다.

충북에서도 도교육청 개청 이래 최초로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탄생하면서 진보교육감이 수장에 앉았다.

하지만 올해 교육감선거는 진보와 보수가 아닌 진보교육감과 좋은교육감으로 나눠 경쟁을 벌인다.

진보는 시대를 앞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들지만 보수는 고리타분하고 일명 꼰대같은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런 이유인지 모르지만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내세우는 단일 후보는 좋은 교육감으로 불린다.

전국적으로 좋은교육감 후보 추대를 추진하는 단체는 좋은교육감후보추대위원회(추대위), 좋은교육감후보추대국민운동본부(교추본),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우리감),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가 추대한 후보들은 모두 `좋은교육감'이다.

충북에서도 재선에 도전한 현직인 김병우 교육감에 맞서 출마한 보수성향의 심의보 전 충청대 교수와 황신모 전 청주대 총장도 좋은교육감으로 불린다. 심 예비후보는 범사련이, 황 예비후보는 충북추대위가 좋은교육감 단일 후보로 추대한 인물이다.

지난 23일 재선 출마를 선언한 김 교육감은 “도민과 함께 가꾸어 온 행복 교육의 꿈을 이어가고 싶다”는 이유로, 심의보 예비후보는 “좌와 우로 편향돼 갈팡질팡하는 교육을 바로잡고 싶다”는 이유로, 황신모 예비후보는 “충북교육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잃어버린 충북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며 교육감에 출마했다.

진보교육감은 앞선 생각이 있는지, 좋은교육감은 무엇이 좋은지 모르지만 후보 간 물고 뜯고 할퀴는 전쟁은 여전하다.

좋은교육감 후보로 추대된 심 후보와 황 후보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합의한 사항을 두고 서로 약속을 지키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김 교육감을 향해 황 후보는 출마 선언을 하고도 자리보존 하며 학교 행사장을 돌아다니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교육감은 상대의 약점을 들추고 뒤에서 뿌듯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육자로서 오롯이 학생을 위해 학교 현장을 발이 부르트도록 누비며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지 찾아내 정책에 반영하려 애쓰는 인물을 원한다. 견물생심이라고 자리에 앉고 보니 누리는 권한에 취해 학생도, 학교현장도 등한시한 교육감들도 있었다. 충북 교육계 안팎에서도 교육감의 총애를 등에 업고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일반직 승진 대상자들에게 충성 맹세를 받는 인물이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좋은 교육감이면 어떻고 진보교육감이면 어떤가. 올해 선거에서는`혹시나'했더니 `역시나'라는 말만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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