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들의 행복한 도전
동네책방들의 행복한 도전
  • 유현주<청주시립도서관>
  • 승인 2018.04.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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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

출판업계가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나 이웃나라 일본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찾아주는 이가 없어 수많은 서점이 문을 닫고 기존 대형 서점들 또한 투자를 축소하며 맥을 못 추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점이 있다.

종이책이라는 아날로그 콘텐츠와 라이프 스타일이 융합된 미래형 서점이라고 불리는 츠타야 서점! 일본 전역에 걸쳐 1500여개의 매장을 가진 츠타야 서점은 그 지역마다 특화된 입점 전략을 펼치며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일례로 낚시 책 코너에는 플라이 낚시채비를 한 마네킹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여행책자가 비치된 코너에서는 여행 코디네이터가 여행 상담을 해준다. 또한 요리 책 파트에서는 책과 책 사이에 냄비나 그릇 등 조리도구를 판매하거나 음식 책 파트에서는 음식재료와 향신료 등을 판매하고, 음악 서적 코너에서는 비틀즈 LP판, CD와 턴테이블로 그리고 등산 관련 책 파트에서는 최신 산악 장비를 판매하는 등 기존 서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 버린다. 즉, 소비자에게 책만 권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까지 제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삶을 기획하러 서점에 간다.

이 서점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마스다 무네아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를 강조하며 지적 자본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기획하고 제안하라. 제안과 기획을 통해 고객 가치를 창출해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침체된 서점가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일본 거대 서점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사양길에 서 있던 동네서점들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바로, 기존 유통이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운영으로 주목받는 `독립서점'이라 불리 우는 작은 규모의 책방들이다. 기성 출판업계의 높은 문턱을 거부하는 개인들이 여행, 디자인, 문학, 그림책, 사진집 등 다양한 소재를 담은 책을 쓰는 것에서부터 기획하고 제작, 인쇄와 제본까지 전 출판 과정에 개인이 직접 참여하는 독립출판이 유행하면서 기성 출판물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색다른 주제를 다룬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독립서점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어디에서나 살 수 없는 희소성 높고, 소장가치가 있는 책들을 판매하는 독립서점들은 그 서점주인 취향에 따라 운영형태도 제각각이다.

작가강연회를 통해 저자와 독자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주인장은 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책을 읽고 고를 수 있도록 카페 형식의 서점으로 운영하는가 하면, 더 나아가 어떤 주인장은 퇴근길 책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곳도 있다. 예술가들의 공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한 예술 서적 전문 책방도 인기다.

이렇게 소자본, 소규모라 책임은 줄어들면서 자유는 늘어나 파격적인 시도가 가능한 곳, 그래서 기존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독립서점의 가장 큰 매력이자, 책을 가까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거기다가 한창 잘나가는 츠타야같은 일본 거대 서점이 한국의 작은 독립서점이 가진 확산속도와 활력에 주목하며, 제각각의 참신한 시도를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볕 좋은 봄날, 동네 작은 책방에 들러 그들의 행복한 도전을 응원해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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