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기
한국에 살기
  • 이명순<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8.04.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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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이명순

매주 일요일 만나는 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자 유형 변경에 대해 묻는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취업을 위한 E-9 비자로 들어온다. E-9은 최장 4년 10개월까지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다. 이후에 고국에 돌아갔다가 3개월 후 같은 회사로 다시 들어오면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다. 결혼 후 아기가 막 태어났다면 꽤 오랜 시간 아빠로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없다. 긴 세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부부에게 서로 힘든 일이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낯선 한국 생활은 당연히 쉽지 않다. 대부분 업무가 3D 업종의 고된 노동인데다 늦게까지 야근도 많다. 하지만 휴일에는 피곤함도 잊고 한국어를 배우러 외국인센터에 온다.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원활한 의사소통 때문이다. 한국 사회나 회사 생활에 조기 적응하기 위해 한국어는 꼭 필요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비자 유형을 바꾸기 위해서도 한국어 능력이 필요하다. 비전문 취업 비자를 숙련직 기능 인력을 위한 E-7-4 비자로 변경하기 위해서다.

E-7-4로 변경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나이, 학력, 체류기간, 일정 금액 이상의 월급 또는 예금이 점수로 매겨진다. 여기에 한국어 능력 점수가 포함된다. 사회기여 활동도 포함되기에 자원봉사를 하려는 외국인들도 많다. 범법행위를 했을 때는 당연히 점수가 차감된다.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기능점수를 확보하면 변경이 가능하다. 예금을 하듯 차곡차곡 점수를 모으며 기다려야 하지만 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변경하려 노력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서로 떨어져 살면 힘드니까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며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싶은 이유다. 외국인이 체류 자격을 변경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해진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에 어렵지만 자격을 갖추어 한국에 살기를 원한다. 한국이 좋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면 노력한 만큼 돈도 벌 수 있고 살기 편해서 호응이 높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매년 늘고 있다. 이제는 지역 곳곳에서 그들을 볼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행을 선택했지만 한국에 와 생활하면서 그들의 꿈은 다시 바뀐다. 이제는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고 한국에 오랫동안 살기를 바란다.

내국인인 우리 입장에서는 미세먼지, 먹거리, 아이들 교육 등의 이유로 내 나라 내 땅이 살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아이들을 조기 유학 보내고 엄마는 아이들을 따라, 아빠는 경제 활동을 위해 떨어져 살기도 한다. 기회만 된다면 더 좋은 나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젊은 부부들도 많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기회의 땅이고 참 살기 좋은 곳이니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익숙한 것과 편안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나 역시도 감사함을 잠시 잊었나 보다. 주어진 하루의 고단함도 때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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