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남지 않으려면
한이 남지 않으려면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4.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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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어김없이 가야 하는 그곳, 군대. 저도 그곳에 오라는 통지를 받아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그것이 좋은 일인 줄 아시고 축하한다며 동네 친구들을 불러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셨습니다. 잘 다녀오라는 격려의 말이 오가는 도중 평소 지병이 있으신 어머님이 갑자기 정신 줄을 놓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정신은 돌아왔으나 갑자기 제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어머니의 명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생각에 붙잡힌 저는 괴로워 파티가 끝나고 번민과 망상으로 고민하다 입대 날짜가 이틀이나 남았음에도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치듯 부모님께 인사를 올리고 부대 근처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군에 입대하였습니다.

그 후 훈련소에서 어머니의 열반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였는지 모릅니다. 하루라도 더 어머니 곁에서 위로하며 지켜 드릴 것을 평생 따뜻한 밥 한 끼 내 손으로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습니다.

누구인들 살면서 완벽하게 다 잘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후회되고 한이 남는 결정이나 행동은 하지 말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심정입니다.

저의 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이 될 결정은 대개 자기의 감정에만 집착해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무시한 데서 발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어머니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더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상대방에게 잘 해주며 살아야 한이 남지 않을 것입니다. `나중에 잘 해주면 되겠지!'하고 대충 넘어가지만 나중에는 상황이 달라져 또 후일을 기약해야 하고 기회를 놓치게 되고 말더라고요.

어느 가을날 진도 일주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상 깊은 곳이 많아 훗날 다시 한번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리라 했지만 아직까지 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늘 모든 것이 그때 그곳에서 그 일을 충실하게 잘하지 못하면 다시는 같은 여건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 사는 우리가 때로는 서로 좋아하다 미워도 하고 때로는 헤어지면 그만일 것으로 알고 살지만 살면서 주고받은 그것이 쌓이고 쌓여 정이 들고 그러다 보면 소중한 인연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저 오다가다 스친 인연은 없다는 뜻입니다. 아마 함께 살게 된 데에는 다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그 사연이 무엇이든 만났을 때 잘 해주어 여한 없이 살아야 헤어짐에 아쉽고 다시 만나면 반가운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음은 살면서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원래는 모두가 다 깨끗하고 맑은 한마음이지만 스스로를 가장 소중히 여기며 살다 보면 사소한 일에도 어느 순간 상처받고 내 상처로 인해 상대방 마음도 상처를 입게 되고 그런 마음으로 서로 주고받음이 끝없이 이어지면 괴로움 또한 쉬어질 날이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생각하지 않고 나를 생각할 수 없기에 전체의 마음을 생각하며 내가 어떻게 처신할까를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고 마음을 쓴다면 아마 마음에 한으로 남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 마음을 헤아리며 산다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 든든한 부모 형제요 소중한 이웃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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