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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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민<청주시 강서2동주민센터 주무관>
  • 승인 2018.04.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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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이승민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의 소중함은 그 사람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필자는 지난 3월 5일 흥덕구 강서 2동 주민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사회복지 업무 특성상 경로당이나 생활환경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에 근무했던 사회복지사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말씀은 전에 근무했던 사회복지사가 성격도 밝고 어른들도 잘 섬기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말을 귀담아 잘 듣고 해결해줬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통장님은 경로당마다 송별 인사 자리에서 어르신들이 눈물을 훔치셨다는 말로 전에 있던 사회복지사가 무척 잘했다는 표현을 대신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순간순간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나도 전임자처럼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된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려면 진정성 있게 다가서야 한다.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순간 상대방은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지난 3년 동안 변함없었던 전임 사회복지사의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람이 한결같다는 말은 결코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비슷한 사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딱한 사정을 이야기할 때도 과거의 경험으로 미리 예단해 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우리가 사회복지업무를 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운 임지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 것이 어쩌면 다행이고 행운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전임자가 못했다고 욕하는 사람이 많은 것보다는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이 많은 이러한 인정이 좋아 보였고, 나 또한 열심히 잘해서 다음에 이곳을 떠나더라도 잊히지 않고 영원히 주민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싶은 욕망과 자극이 생겨서 좋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칭찬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과 매력이 있다. 칭찬을 해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칭찬을 해주는 사람에게 또한 누가 되지 않게 하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반면 남을 험담하거나 나에 대해 누군가가 나쁜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경우가 생기가 된다.

세상은 넓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서너 명만 거치면 서로에 대해 다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때로는 좁기도 하다.

좋은 말, 칭찬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가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겠지만, 또 우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아름답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행복을 가득 담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고마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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