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유병률 총 인구의 1% 육박 … 조기 치료 필수
평생유병률 총 인구의 1% 육박 … 조기 치료 필수
  • 신익상<건강관리협 충북·세종지부 내과전문의>
  • 승인 2018.04.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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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무시무시한 병일까
▲ 신익상

우리에게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하지만 우선 조현병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질환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아주 흔한 병이라는 사실이다. 일생동안 어떠한 병에 걸릴 가능성을 `평생유병률'이라고 하는데 조현병은 이 평생유병률이 총 인구의 1%에 달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유병률이 아시아에서는 1% 정도가 된다는 역학 보고와 비교해 보면 조현병이 얼마나 흔한 질병인지를 체감할 수 있다. 이렇게 흔한 데에도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고 무난하게 잘 지내는 대다수의 조현병 환자들은 질병을 굳이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쉽게 눈에 뜨이지 않을 뿐이다.

조현병 환자가 언제나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사람도 못 알아보고 시간이나 장소도 잘 모르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채로 지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주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일 뿐이고, 이마저도 현실감을 상실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만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치료를 통해서 이 시기를 벗어나면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고 직업을 가지고 결혼 생활을 하는 등 일반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조현병의 증상을 구분하는 분류법은 원래 없어야 하는데 불필요하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환청과 망상 같은 양성증상, 반대로 있어야 하는 데 없어서 문제가 되는 무감동증, 무의욕증과 같은 음성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오늘날 조현병의 장기적인 관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인들이 많이 우려하는 양성증상들보다는 오히려 만성적인 무의욕증, 게으름증, 감정 표현의 저하와 같이 사회적 위축을 불러오는 소위 음성증상들이다.

장기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환청과 망상에 사로잡혀 지내기보다는, 오히려 겁이 많고 주로 혼자 있으려 하면서 사회적으로 위축돼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소심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조현병이 폭력 및 범죄와 연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폭력 및 범죄와 관련된 조현병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않고 약물 처방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폭력 및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약물 투약 없이 증상이 호전되는 치료법은 아직 없으나,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약받는다는 조건하에서는 대다수의 조현병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무리가 없이 생활을 해나가고 자신의 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로 근무하다 보면 간혹 청소년들에게서 조현병이 발병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장기적인 예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시기가 늦을수록 약물 순응도가 떨어져서 재발률이 높아지고, 악화된 급성기 증상을 호전시켜 악화되기 이전으로 되돌려 놓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지만 약물치료를 해도 기능회복의 수준에서 만족스럽지 못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뒤떨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에는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환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면 환자는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서 치료받는 것을 주저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치료 효과가 반감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는 환자들이 조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제한하게 돼 결국 질병의 만성화를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아무리 좋은 치료방법이 개발되더라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치료 효과를 온전히 발휘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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