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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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충옥<수필가·청주경산초 행정실장>
  • 승인 2018.04.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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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 류충옥<수필가·청주경산초 행정실장>

우리 학교 5학년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출발 전 충북교육청 수학여행지원단이 나와 현장컨설팅도 해주고 경찰과 함께 운전자 음주 측정도 해 주었다. 게다가 교육감님과 운영위원장도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해 주니 아이들의 표정은 더욱 밝고 즐거워 보였다.

차창 밖의 산은 하늘하늘 얇은 연노랑과 연두색 봄옷으로 갈아입는 중이고, 분홍빛 산벚꽃은 브로치처럼 군데군데 피어났다. 개울가의 나무도 물기를 한껏 빨아올려 갓 세수한 아기 피부처럼 싱그럽다. 4년 전 이맘때 학습에 찌들어 있다가 모처럼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들 또한 이리 기쁘고 설레는 출발을 하였으리라. 어른들이 조금만 더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 아이들은 지금쯤 대학생이 되어 인생을 논하고, 군대 가서 늠름히 나라 지키는 군인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드디어 도착한 신라 천 년 역사의 고장 경주. 요금소조차 한옥 지붕으로 만들어 우리를 천 년 역사 속으로 끌어들인다. 아이들은 밀레니엄 세대답게 랩으로 합창을 부른다. 유쾌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은 후 경주국립박물관으로 가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은은한 종소리와 함께 천 년의 역사를 한눈에 훑었다. 경주박물관에서 신라 전체를 살펴본 후 전시된 유물이 출토된 현장을 가보기 위해 출발했다.

대릉원의 천마총은 아쉽게도 보수 중이라 들어가 볼 수가 없었고 황남대총을 비롯한 여러 고분만 밖에서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문무대왕 수중릉과 감은사지에 갔다. 저녁 식사 후에는 달빛 기행을 하였다. 야경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는 연못에 비치는 건축물과 나무의 모습이 신비롭고 감탄 그 자체였다. 5색으로 비치는 첨성대 또한 2016년 5.8 강진에도 견뎌주어 고맙고 조상의 과학적 설계에 감탄하게 된다.

과학적 석조품을 치자면 석굴암과 불국사를 빼놓을 수 없다. 모두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적 유산으로서, 단단한 화강암을 마치 찰흙으로 빚은 것처럼 섬세하고 세련되게 표현한 석굴암의 본존불과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은 세계 최고(最高)의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석굴암에 쌓아 올린 돔형의 돌 지붕과 불국사의 아치형 다리인 청운교와 백운교까지도 가장 안정적인 황금비율로 만들었다니 종교와 예술을 넘어 과학적 지식까지 갖춘 선조의 뛰어난 재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훌륭한 유물이 일본에 의해 훼손되어 원래의 형태로는 복원이 어렵다니 아쉬울 뿐이다.

예전의 수학여행은 역사유물에 대한 설명은 인쇄물로 대신하고 그저 왔다 갔다 돌아다닌 기억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은 문화해설사가 한두 반씩 묶어 가는 곳마다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니 학생들도 알차게 역사 공부를 하고 오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지진 등의 여파로 관광객이 별로 없어 썰렁하다는 것이다. 천 년 역사의 고장에 다시 수학여행을 많이 와서 생생한 역사체험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관광객도 알기 쉽고 체계적인 현장 역사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뿌리와 문화를 바로 아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흐드러진 겹벚꽃이 환하게 우리를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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