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처럼(4)
연어처럼(4)
  • 강대헌<에세이스트>
  • 승인 2018.04.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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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小品文
▲ 강대헌

오늘도 연어는 지난번까지 모습을 보여준 마흔한 마리와 함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게요.

42. 문경으로 가는 어느 국도변 휴게소 화장실에서 만난 퇴계(退溪) 선생의 가르침은 간명했어요. “심신을 함부로 굴리지 말고, 잘난 체하지 말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요걸 지키지 못해 쪽박 찬 사람들이 많군요.

43. 타국에서 살고 있는 SNS 친구인 수(Sue)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군요. “귀가 닳도록 골방에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을 이길 순 없다.”

44. 걸으면서 노닌다는 `소요유(逍遙遊)'의 경지에 다다르고만 싶습니다.

45. 사람들과 응대하면서 삼가야 함을 스스로 다짐하려고 지었다는 허목(許穆)의 `신수작자경(愼酬酢自警)'을 다시 읊게 됩니다. `인정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하고/세상일은 하루하루 복잡해지네./친한 사이였다가도 아주 멀어지곤 하니/한결같이 보기가 영 쉽지 않네.'

46. 우리들의 행성인 지구는 왜 둥글까요? 모나게 살지 말라구요?

47. 세상이 너무 부귀영화를 누리는 열복(熱福)으로만 둥둥 떠 있으니, 청복(淸福)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발 씻을 깨끗한 물과 한 다락의 책과 거문고가 있고, 마당에 약초와 백학을 키우며 가끔 찾아오는 벗이 있으면 좋겠구나 싶어요.

48. “가장 귀한 것을 구하지 않고, 다만 가장 좋은 것을 구한다”는 뜻을 지닌 `불구최귀 단구최호(不求最貴 但求最好)'라는 말을 놓고 숨을 고릅니다. 귀하다고 다 입맛에 맞고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49. 아이들끼리 놀 수 있도록 부모끼리 약속을 정하는 `플레이 데이트(play date)'가 늘어나면 어떨까요?

50. 간디(Indira Gandhi)가 말하는 행복은 생각, 말,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찾아온다는군요.

51. `검질긴'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끈기가 있고 질겼으면 하는 거죠.

52. 그리스말로 `시(詩)'를 포이에마(poiema)라고 하는데, `작품'이란 뜻이에요. 잘 빚은 항아리 같은 포이에마는 어디에 있나요?

53. 꽃 한 송이 지나치다 문득 발걸음 멈추고는 10분 이상 바라보고 싶어요. 경탄하는 능력을 어서 회복해야 하거든요.

54. 이생진의 시 `실망 없는 세상'에선 사람이 기특하다는 칭찬을 자주 하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실망했던 세상을/그래도 달래가며 살아가는 것은 기특하다'고, `생활이 하도 쓸쓸해서/시간을 피해 나와 서성거리다가도/다시 그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라고요.

55. 생태계의 속성은 저항력(resistance)과 회복력(resilience)입니다. 저항도 하고 회복도 되어야만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거죠.

56. 못마땅하거나 하여 군소리를 좀스럽게 자꾸 하는 고시랑 거리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만 외롭지 않을 거예요.

57. 생년월일에 따라 인디언 식으로 이름을 지어보았더니, `웅크린 양을 보라'고 나왔어요. 제 주변에 살펴볼 사람이 있군요. 이제 연어는 쉰일곱 마리로 늘었습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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