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의 `저주'
거대 플랫폼의 `저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4.18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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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요즘 전 세계적으로, 또는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들을 살펴보다 보면 마치 한 줄로 선 듯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우선 이슈들이 무엇인가 보자. 페이스북에서 최근 회원들의 개인정보 수천만 건이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네이버는 `드루킹'이라고 하는 파워블로거의 `매크로 작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증권은 `팻핑거'의 실수라고는 하지만 잘못 배당된 주식을 앞다투어 팔아치우다가 주식시장을 패닉에 빠트리게 했다.

이 사건들은 모두 페이스북, 네이버, 삼성증권이 운영하는 각각의 플랫폼에서 일어났으며, 회원이나 이용자들의 믿음을 깨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사실 신뢰가 깨지는 것은 두 번째고, 이런 플랫폼을 계속 사용하다가는 언제가 내가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기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더 크게 엄습하는게 가장 큰 위협이다.

페이스북을 보자. 페이스북의 암호를 자주 잊어버리는 나는 다른 앱을 사용할 때 페이스북으로 연동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알게 됐다면서 연동된 앱을 보여주었는데, 15개가 넘었다.

부랴부랴 자주 사용하는 앱 5가지를 빼고는 연동을 해제했지만, 공짜로 SNS나 앱을 사용하는 대가로 제공했던 나의 개인정보가 나를 구렁텅이에 빠트리게 하지 않을지 걱정한다.

`드루킹'이라는 파워블로거의 네이버 댓글 조작사건은 포털사이트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접게 만들었다.

`매크로'라는 프로그램만 쓰면 손쉽게 `맛없는 집이 맛집으로', `별것 아닌 기사가 주목받는 기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포털사이트의 각종 추천이나 맛집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별하는 것은 거의 신의 영역에 속하는 지경이 됐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의 잘못된 주식매도는 개미로 대표되는 일반국민들이 주식시장 시스템을 불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짜 주식을 버젓이 파는 플랫폼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부 거대 플랫폼들이 신뢰배신 행위로 결국 종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되어 왔었다.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이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것도 중앙집권적 시스템의 신뢰배신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중앙화, 분산화 기술로 참여자들이 서로 신뢰에 참여하는 시스템, 즉 블록체인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 페이스북, 드루킹, 삼성증권사건들일 수 있다.

더욱이 이제는 추천수나 댓글, 좋아요의 개수에 일희일비하는 것에서 벗어나야만 소통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대포장, 편견, 오해, 갈등을 조장하는 콘텐츠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각오도 필요하다.

나는 이런 일부 비정상적인 거대 플랫폼의 `저주'에서 풀려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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