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예술산책
병원에서의 예술산책
  • 강석범<청주 산남고 교사 >
  • 승인 2018.04.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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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강석범

나른한 봄기운인지 아니면 미세먼지에 의한 테러 때문인지 필자는 지난주 지역 대학병원을 찾을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병원은 3차 진료기관이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진료를 위한 대기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걸 알기에 예약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빨리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1층 본관에서 기본적인 접수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복도 로비를 따라 미술작품들이 길게 걸려 있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역의 초대작가 그림은 물론, 복도 길이와 규모에 맞게 판화, 캘리그라피, 유화, 서예, 심지어 명화코너에는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출력물로 출력해 체계적으로 정리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진료시간이 여유 있었으므로 시간도 보낼 겸 작품을 쫓아가 보니 복도 맨 끝 영상의학과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대부분 환자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진료실 앞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몇몇 보호자와 환자들은 맞은편에 걸려 있는 미술작품을 무심코 바라보거나 잠시 발길을 돌려 작품들에 시선을 주기도 했습니다.

병원 내 갤러리는 부스별로 특징 있게 꾸며지기도 했는데, 현대미술의 거장 `엔디워홀'또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출력물)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누구나 한 번쯤 발길을 멈추기 충분했습니다.

`상생 갤러리 코너'에선 우리 지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고 그 밑에는 `충북을 사랑하는 작가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습니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병원에서 지역 작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시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복도 안쪽 끝에서부터 시작된 병원 갤러리는 본관과 연결된 신축건물 입구에서 끝이 납니다.

특히 신관 입구에는 `갤러리 휴게실'이라는 아담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데 낮은 채도 조명 아래 영상미술 작품이 모니터에 반복적으로 비치고 있어 마치 현대미술관 특별부스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맞은편 `바람의 도서관'은 환자들에게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유익한 자료들이 가득 차 있어 봄날의 일상을 뒤적여 보기에 충분한 공간이었습니다.

혹 도서관이 답답하면 책 한 권 빌려 나와 도서관 입구 앞에 마련되어 있는 티 테이블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병원에서의 무료함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듯했습니다.

벽면에는 손부남 작가의 `상생'이란 제목의 작품이 밝고 화사한 색채로 파노라마처럼 길게 그려져 이곳을 찾는 환자들을 위로하며 다정하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갤러리 공간 자체가 기본적으로 3차 진료 병원이고 중환자들이 많은 공간이기에 미술작품 감상이 다소 엉뚱하다 생각될 수 있겠지만 의외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갤러리 휴게실과 테마별 부스, 또는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분들에게 미술작품 감상이 최소한 본질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작품들과의 자연스런 예술산책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찾아 나설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모든 환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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