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무용론
교육부 무용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4.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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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옷을 살 때도 수십 번 생각한다.

나에게 어울리는지, 가격은 적당한지, 진짜 필요한지 고심하게 된다.

하물며 백 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는 오죽할까.

그런데 교육부가 요즘 내놓은 교육정책은 마치 떨이 상품을 처분하듯 늘 시간에 쫓긴다.

교육부 폐지론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도 여기 있다.

국회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유 위원장은 “오락가락, 뒷북행정으로 현장의 혼란을 일으켜 온 교육부가 이번에는 수능 개편안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무능한 조직임을 인정했다”며 “교육부를 폐지하고 신설 국가교육위원회로 대체하는 법안을 발의해 교육 정책 결정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대한민국 교육 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는 소신도 철학도 버렸다. 정부 입맛에 맞는 맞춤형 교육정책을 고심했지만 학교 현장과 학생, 학부모의 혼란은 안중에 없었다.

전 정권의 전철을 밟듯 개혁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도 교육부를 실험용으로 이용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거나 입장을 바꾼 교육정책은 초등학교 한자병기, 수능개편 1년 유예 결정,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대입정책,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수두룩하다.

이번엔 한 술 더 떠 교육부는 오지선다형 문제를 찍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정책이라서 그런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건의안으로 수능평가방법, 수능·학종 전형 비율 등 5가지 선택안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로 넘겼다.

공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는 앞으로 권역별 국민제안 열린 마당, 온라인 의견 수렴, 국민토론회 등을 거쳐 오는 8월 초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100여일 남짓 남은 시간 대입제도를 송두리째 바꿔보려는 정부나 변화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설득하지 못하는 교육부를 보면 국민을 위해 애쓴다는 생각보다 책임을 떠넘기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교육부는 대입안을 국가교육회의로 이송했다고 책임까지 넘겼다고 좋아해서는 안된다. 국가교육회의 역시 국민 여론을 반영한다고 모든 국민이 정책을 만족할 것이리라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다 결국엔 국민을 위한답시고 대입정책을 국민 투표로 떠넘길까 지레 걱정이 든다.

2년 전 일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청주시 평준화 고교 배정 방식을 변경하면서 학생 선호도를 마지막까지 반영한다는 이유로 지망 학교를 기존 7지망에서 14지망(여학생 13지망)으로 확대했다.

청주시 소재 총 19개 고교(남고 6교, 공학 8교, 여고 5교) 중 남학생이 진학할 학교는 총 14개, 여학생은 13개다. 말만 지망이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은 없었다. 당시 도교육청 담당자들은 진학할 학교를 스스로 선택해 지망했기 때문에 14지망 학교에 배정돼도 만족할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결국 1년도 안돼 도교육청은 학생·학부모·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앞세워 7지망으로 되돌렸다.

아님 말고 식 갈지자 행보도 정도껏 해야 애교로 넘긴다. 정치권에서 교육정책을 권력의 도구처럼 이용해도 침묵하는 교육부라면 존속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5월 치러진 대선에서 출마자들이 교육부 폐지론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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