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그 경계에서(3)
Me too, 그 경계에서(3)
  • 전영순<문학평론가>
  • 승인 2018.04.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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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전영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내게 새롭게 보일 뿐이다. `Me too'또한 잠재된 것을 이 시대가 부른 하나의 사회상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서정주의 시 「간통사건과 우물」에서 알 수 있듯이 동네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 생각했다.

마을에 부적절한 남녀관계로 소문이 나는 날에는 동네 입 나팔들이 모두 나와서 뚜왈랄랄, 두왈랄랄 불어 대다가 그것도 모자라 꽹과리, 징, 소고, 북 등이 나와 법석을 떨다가 그것도 모자라 강아지, 닭까지 나와 떠들어대니 그 풍경을 보다 못한 하늘이 아파한다. 사람들은 아픈 하늘을 데리고 가축에게 주는 여물로 마을 우물에 채우고 일 년 동안 산골과 들판 구멍에서 나오는 물을 떠 마셨다. “미투 운동”으로 시끄러운 요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시다. 남의 일이니까 떠들어대다가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Me too, You too, We too”일이기에 공동체 사회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읽을 수 있다.

언젠가는 나타날 현상, 누구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사안에 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남녀관계에서 누구든 억울하게 당하는 이가 없어야 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그다지 큰 문젯거리가 아닌데 칼날을 세우고 `Me too'하고 들이댄다면, 정작 억울한 사람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세상에는 진짜 억울하게 당하는 약자도 있다. 법은 억울한 사람을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하게 미투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선이 분명해야 한다.

만약 이 문제의 해결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현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만족하고 수긍할지 의문이다.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된 만큼 현명한 판단과 지혜가 요구된다.

남녀관계의 사랑은 눈만 맞으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마력이 있다. 구제받지 못할 악인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순하게 약해져 천사가 된다. 사랑의 힘이다. 흔히 우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을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한다. 얼마나 사랑의 힘이 고귀한가를 말해 준다. 소중하고 고귀한 사랑을 현재 우리는 권력이란 힘으로 함부로 남발하고 있으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소중한 것은 은밀한 곳에 보물처럼 감춰 있기에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동물 중 유일하게 옷을 입고 있는 것도 개 돼지처럼 굴지 말라는 의미이다. 동물의 한 종(種)이기도 한 인간에게 예측 불가의 일이 생길 수 있는 것도 타 동물과 달리 사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정점이기도 한 자웅(雌雄)의 사랑의 불꽃은 지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자연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에 조물주도 말리지 못한다. 인간의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행위를 하나의 불꽃놀이처럼 무분별하게 행하니 추악한 모습으로 세간에 비칠 수밖에.

식물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클로드 귀댕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유혹』에서 생명 진화의 역사는 유혹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유혹에 성공해야 모든 생명은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라는 생존의 우월성과 자손의 번식에서 성공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생물학자들을 사로잡는 진화론은 자연선택과 성 선택의 행위이다. 유혹에서 성공하자면 부와 권력이 매혹적인 시대,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선택·성 선택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허나 현재 우리는 부(富), 권(權), 귀(貴)를 오독(誤讀)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와 권력의 고귀한 것은 경제적 부나 정치적 권력의 유혹이 아니라 인간이 추구하는 정신적, 사회적 미(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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