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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보다 눈꽃

기자수첩 공진희 기자l승인2018.04.17l수정2018.04.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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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벚꽃 대신 눈꽃이 피었다.

세월의 역주행이 빚어낸 진풍경이다.

잠깐의 일탈이 선물한 눈호강을 뒤로 하고 자연의 시계는 다시 벚꽃을 피워 내고 그 벚꽃은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민심을 잡기 위해 벚꽃만큼이나 화려한 약속을 쏟아낸다.

이번 선거에서도 과거와 비슷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와 대통령 탄핵을 겪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을 약속하던 정치권은 개헌 논의와 선거법 협상에서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서의 자당의 유불리를 점치며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당내 경선이나 공천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탈당한다.

경남 합천군수 선거와 관련해 출마 예비후보 선거 행사에 참여한 지역구 주민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선거법 위반 과태료 날벼락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출마를 알리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은 한 예비후보는 “하여간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것들은 다 쓸어버려야 한다니까”하는 한 주민의 질책에 “국민 눈높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이해한다. 하지만 잘못된 정치판을 만든 건 잘못된 정치인을 선택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 수감됐다.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돼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항소를 포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80차 공판이 열린 지난해 10월 “재판부에 믿음이 더 이상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고 밝히고 이후 법정 출석을 거부하며 1심 재판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1억원대 뇌물수수 의혹과 349억원에 가까운 다스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방문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복합적이다.

그것은 검증되지 않은 강남 아줌마와 상의하며 집안 대소사 치르듯 국정을 운영했다는 사실에 대한 개탄이며,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를 탈·불법까지 넘나들며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데 이용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이고, 그들을 내 손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려놨다는 데에 대한 자괴감이자 참담함이다.

선거철을 맞아 머슴임을 자처하는 출마자들 덕분에 모처럼 주인 대접을 받는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나면 봄비에, 봄바람에 속절없이 바닥에 뒹구는 벚꽃 신세가 되어 사람 대접받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정치판을, 정치인을 안줏감으로 올릴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은 역사를 왜곡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 일본에 던지는 준엄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못난 조상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우리 자신이 써내려가는 처절한 반성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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