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보내는 경고 신호
그들이 보내는 경고 신호
  • 오연수<청주시 흥덕보건소 주무관>
  • 승인 2018.04.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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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오연수

청주 문의대교에서 “어머니를 죽였다, 나도 따라 죽겠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40대 남성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주시 소재 아파트 15층 난간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베란다에 매달린 채 투신을 시도했지만 경찰과 소방관에 의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자살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4년째 부동의 1위다. 2016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자살사건만 1만3000여 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3.4%가 자살 전 주위에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유족의 80% 이상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죽음에 대한 언급, 사후 세계를 동경하는 표현, 주변 정리 등 그들이 보낸 마지막 몸부림을 주변에서 무심코 넘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 징후의 공통점은 평소에 하지 않던 말과 행동이다. 하나의 단서로는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으나, 몇 가지 징후를 통해 자살 고위험군 대상자를 파악할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청주시의 자살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30.8명으로, 전국 평균(25.6명)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에 청주시는 자살 예방을 중점 과제로 두고 2020년까지 자살사망률을 인구 10만명당 30.8명에서 26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찰서와 소방서,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를 유지해 신속한 위기관리대응으로 자살을 방지하고,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자살예방을 위한 우울척도검사 및 고위험군 사례관리, 생명지킴이 양성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4개구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증진교육 및 상담, 사례관리, 정신질환의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강화 등 보다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살의 위기 속에서 주변에 경고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자살하는 이들은 죽기 전에 반드시 메시지를 전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용기는 마지막 살고 싶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우리는 가족이나 이웃이 심리적 위기 가운데서 보내는 `경고 신호'는 살려달라는 `구조요청 신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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