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미세먼지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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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봄기운이 완연하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꽃구경을 나가고 싶어도 뿌연 하늘을 보면 선뜻 내키질 않는다. 언제부턴가 미세먼지 공포가 생활화되었다. 전에는 특정계절에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황사를 걱정하면 됐었는데 이제는 연중 미세먼지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일반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된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코나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축적되어 호흡기질환과 만성폐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또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30~80%는 중국 탓이라는 발표가 있는가하면 국내에서 원인을 찾아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환경부나 유관연구기관의 공식입장들이 서로 다르다.

그나마 신뢰할만한 연구결과가 있었다. 지난해 7월 한국정부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합동으로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결과가 공개됐다. 2016년 5월2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올림픽공원 상공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에서 발생한 PM2.5(초미세먼지)의 52%가 국내에서 생성된 것이고, 34%가 중국, 9%가 북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2차 미세먼지, 즉 오염원으로부터 배출된 이후 화학반응을 통해 크게 증가하는 미세먼지는 지역 내 오염원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다.(시사인, 제551호)

미세먼지는 우리나라나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유럽환경청은 유럽 41개국에서 42만8000명이 PM2.5(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유럽 각국의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프랑스의 파리도 경유차의 도심 진입 제한이나 대중교통 무료화 같은 다양한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책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어떤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야하는지의 방향이 명확한데도 정부나 연구기관들은 중국을 핑계대고, 지자체들은 중앙정부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하냐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를 발표하며 외출을 삼가라든가,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쓰라는 등의 개인대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6년 시·도별 미세먼지 농도’에 따르면 충북은 나쁨 일수가 26일로 전북,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청정지역임을 내세워 살기 좋은 고장의 이미지를 살려 나가야할 충북의 미세먼지 농도가 이렇게 높게 나타나는 것은 개발과 공장유치에만 열을 올려온 지자체장들의 책임이 크다.

쓰레기소각장의 밀집도가 전국에서 제일 높고, 지역난방공사가 아직도 벙커시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등의 이런 행정을 묵과해선 안 된다. 두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는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세심한 점검대책이나 문제의식이 있는 후보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미세먼지를 지역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고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형식적이고 하나마나한 대책 말고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무엇인지를 고심하여 공약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승용차의 시내진입 금지, 대중교통 공영제와 전면무료화, 자전거도로의 확충, 산업단지의 원료제한 등과 같은 과감한 환경정책을 내놓고 주민들의 심판을 받을 만한 후보가 없다면, 그런 과감한 정책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보다 더 깊어질 것이다. 경제를 제아무리 잘살려 놓는다 한들 호흡조차 힘든 이 도시에서 과연 누가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미세먼지 해결정책은 생존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이며 중대한 사안이다. 이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사는 이 현실이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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