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들꽃
작은 들꽃
  • 박윤희<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8.04.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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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박윤희

가끔 아침 드라마를 본다. `들꽃'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다. 열여섯의 나이에 동생 세 명을 데리고 사는 한 여자의 인생을 그린 드라마이다.

주인공이 힘겹게 살면서도 너무 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화가 났다. 왜 자신의 욕심은 챙기지 못하고 남에게 당하고만 사는지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들꽃의 향기가 풍겨 나온다. 세상 풍파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과 인내심이 들꽃 안에 숨겨져 있었다.

언제인가부터 작은 꽃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크고 화려한 것만 좋아하던 나에게 신선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길을 거닐 때 땅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동안 무심히 보았던 민들레, 제비꽃, 달개비 꽃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또, 이름 모를 풀에 대한 궁금증과 낯선 들꽃의 이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야생초에 푹 빠졌다. 흔히 보았던 꽃인데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달개비 꽃', 처음 들어보는 `딱지 꽃',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며느리 밑씻개' 등 신기한 게 많다. 내가 들꽃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튀지 않아도 아름답고 함께 모여 있어야 더 예쁘기 때문이다. 옹기종기 모여 핀 작은 꽃들에서 배우는 게 있다.

우리는 앞장서야 인정받고 튀어야 대우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저 조용히 자기 일만 묵묵히 하는 사람은 제외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버렸다. 경쟁 속에서 이기려면 남보다 앞서야 하고 돋보여야 하며 리더가 되어야 했다. 그래야 치열한 삶 속에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감이 지나쳐 교만에 이를 때가 있다. 그럴 땐 내 속에 있는 나를 다스리기가 어렵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기에 벗어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 마음속에는 선(善)과 악(惡)이 존재한다. 평소에는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루던 선악이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선이 많아지면 남에게 배려하게 되지만 악이 많아지면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런 선과 악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결국 자신을 다스리게 된다.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가운데 악보다는 선이 많다고 믿고 싶다. 나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 마음속에 악보다는 선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악한 마음, 교만한 마음이 많아지면 나를 다스리기 어려워진다. 길가에 핀 작은 들꽃을 보면서 겸손함을 배우기도 한다. 문뜩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들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소박할 수가 없다. 우리 삶의 모습도 그러하다. 한 사람 한 사람 들여다보면 다 좋다. 자연 속에서는 생존 법칙은 있다. 하지만 사람들처럼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다. 들꽃은 교만해지려는 마음을 다스리는 명약과도 같다. 타고난 본연의 색을 담고 있는 들꽃이야말로 나만 옳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작은 들꽃 하나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다스리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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