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이라고 하면, 상대론, 양자론, 진화론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이론은 지동설과 뉴턴의 고전역학 이래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은 미친 과학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론은 절대적인 시공간을 부정한 이론이고, 양자론은 결정론적인 우주관을 부정한 이론이고, 진화론은 모든 생명을 신이 창조했다는 창조설을 부정한 이론이다. 모든 위대한 사상은 언제나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 마련이고 온갖 오해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상대론만큼 일반인의 관심을 끈 것도, 오해를 많이 받은 것도 없을 것이다.
상대론은 일반인은 물론 철학,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고 아직도 그 영향은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다 보니 불가피하게 상대론을 잘못 이해하는 경향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학자들 사이에도 이런 잘못은 일상화되다시피 되었다. 그런 잘못된 인식에 바탕을 둔 결론을 마치 상대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포장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상대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진리는 없다”라는 주장이 아닐까? 상대성 이론의 `상대성'이라는 말은 절대성의 반대말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성 이론을 매우 잘못 알고 하는 말이다.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빛의 속력과 물리법칙은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성 이론은 절대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절대적이라고 보았고, 모든 물리량도 관찰자에 관계없이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 빛의 속력과 물리법칙이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과 공간 대신에 이렇게 빛의 속력과 물리법칙을 절대적인 것으로 두고 봄으로써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리량들이 상대적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 이론의 핵심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상대성'이라는 말을 마구 사용하다 보니 `진리는 없다'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해석을 하고 이것이 일반인에게는 물론,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대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상대성 이론이 주장하는 바는 진리가 없다는 말이 아니고, 진리는 누가 보아도 언제나 진리라는 것이다. 진리는 절대적이지만 보이는 현상은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이 상대성 이론의 핵심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만약 물리법칙이 관찰자에 따라서 달라진다면, 땅에 있는 사람이 경험하는 세상과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이 경험하는 세상이 달라야 한다. 땅에서 자기 몸무게를 측정하면 60kg인데 달리는 차 안에서 측정하면 65kg이 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면 땅에서 금(金)을 사서 기차 속에서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에서 누가 땀 흘려 돈을 벌려고 하겠는가? 아무리 혁신적인 이론이라도 그런 이론은 틀린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진리가 존재하는지 하지 않는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진리는 누가 보아도 진리이어야 한다. 상대론이라고 이론이 갖추어야 할 이 보편타당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신비감을 갖는다. 그리고 그 신비감은 온갖 이상한 상상력을 만들어 내게 된다. 상대성 이론도 마찬가지다. 상대성 이론을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상대성 이론의 결론이 우리의 상식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상대성 이론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매우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잘못된 상상력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여 상대성 이론에 대한 온갖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변하지 않는 무엇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허무할까? 불확실성과 가치혼란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는 상대성 이론은 우리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 이론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