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무가 햇빛을 먹고 있어
엄마, 나무가 햇빛을 먹고 있어
  • 김태선<충북과학고 교감>
  • 승인 2018.04.11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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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김태선

아이들의 생각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막내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 호기심 덩어리 아들은 그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질문이 많았다. 창밖을 내다보던 아들은 정말 걱정이 된다는 듯이 “엄마, 나무는 배고플 텐데 왜 아무것도 안 먹지? 나무는 무엇을 먹고살아?”하고 물었다. 순간 뭐라고 답변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중·고등학교의 과학 시간이라면 망설임 없이 광합성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좀 더 쉬운 표현을 사용하여 동식물의 에너지와 양분 생성 과정에 대해 비교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이 `저 나무 배고플 텐데….'하는 마음으로 질문하는 것에 광합성을 설명하는 이론적 접근이 바람직한지 순간 고민했다.

명색이 과학교사인 내가 어렵더라도 진리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동심의 세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문학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무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햇빛을 이용하여 스스로 양분을 만든다고 말하면 어린 아들이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받은 그 짧은 시간 머릿속에는 수많은 고민이 스쳐갔다.

결국 과학교사라는 내 정체성과 어린 아들의 나이 그리고 동심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으로 아들에게 주어진 답변은 이것이었다.

“우리 눈에는 안보이지만, 나무는 땅속뿌리로는 물을 먹고, 잎으로는 햇빛을 먹는 거란다. 나무도 너처럼 잘 먹고 있으니까 저렇게 멋있겠지?”

그 당시 나는 초보 교사의 티를 벗고 열심히 수업 준비하고 학생 지도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였다. 모처럼 휴일이 되어 이불에서 나오기 싫어 늦잠을 자고 있는데, 막내아들이 굉장히 신나는 목소리로 나를 소리쳐 불렀다. “엄마, 엄마. 이것 봐요. 나무가 햇빛을 먹고 있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들의 손에 이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들이 보는 창가에서 볼 때,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나무에 해가 걸려 있어 나뭇가지가 마치 햇빛을 먹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이걸 어쩌나? 저 모습은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하지?

결국 어린 아들에게 광합성이라는 지식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알고 다 같이 함께 가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교육이 우선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래, 나무도 너처럼 맛있게 잘 먹네. 배고프지 않겠다.”

다른 관점을 배척하지 않고 더 높이 볼 수 있도록 기성세대의 관점을 바꾸는 사회가 필요하다. 우주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스티븐 호킹이 얼마 전 별세했다. 그의 말로 글을 맺고자 한다.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 당신의 발만 내다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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