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만 보이는 民心
선거때만 보이는 民心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4.10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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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무슨 일이든 때가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이 없을 때는 배의 바닥이 땅에 닿아 용을 써도 꼼짝 않지만 물이 차면 힘을 들이지 않고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다.

6·13 동시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친다.

내놓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있든 없든 그들에겐 상관없다. 당선 후 공약은 어차피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요즘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과 교육감 예비후보가 내놓는 공약과 정권을 잡은 여당이 발표하는 정책의 공통점은 천문학적인 혈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학생을 보호하겠다며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3년 내에 2200억원을 들여 교실마다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고, 380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실내 체육시설이 없는 전국 617개 학교에 간이체육실, 소규모 옥외체육관, 정규체육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책에만 투입될 재원은 6000억원이다. 교육부는 전국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에 앞서 기존 시설을 갖춘 학교에 대한 면밀 조사를 거쳐 문제점은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은 채 정책부터 발표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대책을 요구했고, 시도교육청에는 이와 관련된 학부모의 민원이 이어졌다. 몇 년간 벌어진 사안에 대해 하필이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수천억 원을 쏟아붓는 미세먼지 대책을 교육부가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입 정시 전형 확대 역시 마찬가지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금수저 전형으로 불린지는 오래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종 전형에 맞춰 많게는 수천만 원을 들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 논술시험 대비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 있는 집 자식을 위한 전형이라며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었다. 그런데도 수시 확대 정책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는데 불과 10여일 전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정시확대로 대학입시 정책을 변경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조차 “대학입시는 한국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3년 전 주요사항을 예고하게 돼 있다”며 “그런데도 총장들에게 직접 전화해 정책 변경을 논의한 것은 현장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청원 가운데 `수능 최저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동참한 인원은 10일 기준 9만5570명이다. 지난달 25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올린 청원에는 “12년의 노력이 객관적인 지표 없이 평가된다는 것은 곧 학생들의 노력을 짓밟는 것”이라며 “같은 시험지와 같은 문제로 평가받는 가장 공정한 방법을 원한다”며 정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시 확대 청원은 지난해에도 있었고. 대학 입시 때마다 불거졌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지방선거가 있고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가 두 달 후면 치러진다.

선거 때만 되면 보이는 민심이 선거가 지나면 사라진다. 선거철이 아니면 아무리 국민청원을 해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들어줘도 생색이 안 난다.

선거용으로 던지는 공약과 정책을 민심이라고 둘러대는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다. 올해는 환심을 사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에게 민심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두 달 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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