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감사패
세상에 하나뿐인 감사패
  • 김낙영<청주시 강서2동 주민센터 행정민원팀장>
  • 승인 2018.04.10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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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김낙영

우리에게 가장 귀중한 선물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가치관과 좌우명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엇보다도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 두 아들로부터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아들만 둘이라서 때론 무뚝뚝함에 서운해하기도 하고 딸을 많이 둔 사람들이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을 맞아 두 아들이 감사패를 깜짝 선물로 안겨줬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고 의아했지만 감사패의 내용을 읽어보는 순간 그동안 숨겨뒀던 아들들의 마음을 엿보는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라는 생각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이렇다. “사랑하는 부모님, 믿음과 사랑으로 이뤄진 화목한 가족 울타리 안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의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리며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셔 주세요. 부모님의 든든한 아들 남호, 종호.”

해마다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잊지 않고 꽃바구니를 선물해 주는 아들들이었지만 감사패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고 보니 `그래도 이런 것이 자식 키우는 행복이구나'하고 아들만 둘 둔 위안을 삼는다.

예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적 우연히 큰아들의 휴대전화를 만지게 됐는데 아빠의 휴대전화 번호를 `착한 아빠'로 입력해 놓은 것을 봤다. 그 순간 내가 아이들에게 착한 아빠인가 하는 반문을 해보게 됐지만 정말로 아이들한테 착한 아빠로 기억됐는지는 이 세상 삶을 다하는 마지막 순간에 물어보고 싶은 말로 남겨두고 싶다.

예전에 청주시학교아버지회연합회 주관으로 조선대학교 김병조 교수를 초청한 적이 있었다. 개그맨 김병조씨는 조선대학교에서 명심보감을 강의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병조 교수는“상대를 사랑하는데도 친밀해지지 않거든 자기의 사랑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愛人不親 反其仁), 많은 이를 다스리는데도 잘 다스려지지 않거든 본인의 지혜에 문제가 있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고(治人不治 反其智), 상대를 예로 모셨는데도 응답이 없거든 상대를 공경함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돌아보라(禮人不答 反其敬)”라고 얘기했다.

한때 인기 정상 가도를 달렸던 개그맨 김병조씨는 당시 전당대회 뒤풀이 행사로 마련된 오락 프로그램에서 각본에 있던 것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옮긴 것이 화근이 돼 방송계를 떠나게 됐고 이 일로 인해 혈압이 높아져 안구의 혈관이 터지는 바람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어버리게 됐다. 또 사고가 생긴 이듬해에는 아들 문제로 노심초사했던 아버지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어머니의 말씀이란다. 그의 어머니는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뿜으면 먼저 그 입이 더럽다. 좋은 씨앗을 뿌리면 좋은 열매를 얻는다. 나의 단점을 잘 지적해 주는 자가 나의 스승이다”와 같은 명심보감의 격언을 일러주시며 거칠어진 그의 심성을 가다듬어주고 꿋꿋하게 다시 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는 자식이 힘들어할 때는 위로가 돼주고 잘못된 길을 걸어갈 때는 바른길로 인도해 주는 나침반과 같은 존재다.

우리는 자식 훈육을 콩나물시루 물 주기에 자주 비유하곤 한다. 물은 뿌리는 곧바로 흘러내리지만 그것이 서서히 스며들어 양분이 돼 콩나물은 하루가 몰라보게 쑥쑥 자라게 된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감사패가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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