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예술 창조적 실험이 필요하다
충북문화예술 창조적 실험이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4.09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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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부국장

문화예술이 산업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의 K-POP이 세계인들의 노래가 되고, K-Drama를 통해 한국의 문화가 그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IT기술에 디자인을 접목한 핸드폰이 세계인들의 손에 들려지고, 컴퓨터로 창작하는 회화와 디자인, 모양과 색을 수치로 변환해 디지털화하는 CG산업이 융복합예술로 성장하며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고 있다. 소위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퍼져 나가는 우리의 문화예술이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며 한류의 자산가치가 100조 원대 이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류라는 말이 생겨난 지 20여 년 만에 경이적인 성장을 보여주면서 한국인의 잠재된 문화적 역량이 세계인들에게 회자하기도 했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애써 찾아야 할 정도로 작은 나라에서 일으킨 문화 열풍은 분명 한국인 특유의 기질과 남다른 예술적 DNA, 그리고 과학기술이 접목된 융합의 성과였다.

국제적인 한류 열풍과는 달리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문화산업의 격차도 확연해진다. 지역성과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모든 문화 주류는 수도권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를 충북으로 영역을 좁혀보면 지역문화예술의 현주소는 더 초라하다. 지역문화예술의 뼈대인 자치단체의 문화예술정책 방향이 큰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는 청주문화예술발전의 현안과 과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청주예술제 행사 목적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예술협회를 대표해 청주에서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이 참석해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주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다소 뻔한 담론의 장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예술인들의 열띤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토론석이나 객석 모두 지자체와 지역문화예술단체와의 관계성에서 소외된 지역예술인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불거져 나왔다. 특히 관 주도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행사와 축제가 되풀이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역예술인들의 자괴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자유토론 형식이다 보니 지역예술의 현안과 과제가 럭비공 튀듯 두서없이 진행됐지만, 행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한계, 시민의 참여나 소통 없이 추진되는 행사, 지역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발현하지 못하는 지역문화정책까지 다양한 의견이 도출됐다. 가슴 속에 눌러왔던 불만이 분출되면서 지역과 예술, 시민참여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시간도 가졌다. 자구노력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자성과 문화예술협회와 자치단체,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예전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지역문화예술의 뼈대인 자치단체의 문화예술정책 방향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의 대전시만 해도 대전문화예술정책 토론광장을 개최해 대전문화예술정책의 방향과 2018년 역점사업을 지역예술계와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에 비하면 충북은 멀게만 느껴진다. 더구나 지역에서 비평문화를 찾아보기 어렵고 창조적인 실험예술도 활발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예술의 미래는 불안하다. 중앙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거버넌스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한발 앞서 담론의 장을 마련해가는 대전시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단체장이 바뀌어도 단절되거나 흔들리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문화예술정책을 지역예술계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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