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처럼(3)
연어처럼(3)
  • 강대헌<에세이스트>
  • 승인 2018.04.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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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小品文
▲ 강대헌

오늘도 연어는 지난번까지 모습을 보여준 스물여섯 마리와 함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게요.

27.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들어서 새벽에 불쑥 잠이 깨는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오규원 시인에 따르면 그게 맞는 얘기였군요. 단지 나이가 들어 그런 게 아니었군요.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밤 1시와 2시의 공상(空想)의 틈 사이로/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28.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솔개가 솟구쳐 오른다'는 `어약연비(魚躍鳶飛)'의 기개(grit)를 갖고 살아야겠어요. 사는 게 만만치 않거든요.

29.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라는 `지푸라기'의 꿈을 정호승 시인을 통해 듣습니다.

30. 후손들에게까지 화를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니까요.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으니까요.

31. “누구도 이 세상에 자신이 쉴 곳이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프란치스코(Francis) 교황이 말한 적이 있더군요. 지당합니다!

32. 모래톱을 맨발로 하염없이 걷다 보면 간지러워 실실 웃음도 나오겠지요.

33. 급전직하(急轉直下)를 계속하는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34. 고행과 침묵과 기도가 돌고 도는 봉쇄수도원의 삶은 제정신만으로는 안 될 겁니다.

35. `나무들을 볼 때마다 너무 아름다워서/나는 놀란다'라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가 노래한 것은 행복하다는 뜻이었어요.

36. `많은 것을 덜어 적은 데 보태주고 사물을 저울질하여 고르게 베푼다'는 `부다익과 칭물평시( 多益寡 稱物平施)'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해집니다.

37. “산의충한욕방매(山意沖寒欲放梅)”라고 두보(杜甫)가 말했어요. “산의 마음이 추워 떨면서 매화 피울 채비를 하네.”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니잖아요. 추위를 견뎌내는 무엇이 있잖아요.

38. 위대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휴브리스(hubris)를 경게해야죠. `교만은 패망의 선봉(先鋒)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고 하잖아요.

39. 슴슴하게 간을 맞춰야 하는 음식에 소금을 진창 뿌리진 말아야겠어요.

40. 영화 `원더(Wonder, 2017)'를 강추합니다. “그들 나름대로 아프고 애쓰고 있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라”는 메시지가 종소리처럼 들리거든요.

41. 자신을 뒤치닥거리하는 사람인 뒷광대로 여겼던 무대 디자이너 이병복은 이런 말도 남겼군요. “사람이 살면서 웃고 울고, 기복이 많아야 깊이도 있고 어른 노릇도 한다.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된다…적은 일 옳게 하는 사람이 큰일도 옳게 한다.” 이제 연어는 마흔 한마리로 늘었습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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