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間-사람 사이
人間-사람 사이
  • 권진원<진천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8.04.0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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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권진원

음악적 재능이나 운동의 능력은 타고난 것이라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는 참으로 그 분야에서는 젬병입니다. 주위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이며 플레이하는 선수를 보는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신학생 때 악기 하나를 배워보기로 하고 장만한 것이 기타입니다.

첫날 기타입문 책을 펼치며 내일이라도 당장 멋진 연주를 할 듯 부푼 가슴을 안고 시작하지만 현실은 줄 하나 잡고 튕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근근이 이어가고 있을 무렵 한 신학교 동료가 더듬더듬 등대지기라는 곡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너 잘 친다.(지금 보면 완전 엉망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열심히 한 것이냐?”물었더니 글쎄 보름 정도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난 한 달 넘게 했는데 곡은커녕 C 코드로 어설프게 잡는데…”라며 놀라서 대답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번 휴게실에서 누군가와 기타를 잡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혼자 하지 않고 중급이상의 실력을 지닌 친구의 지도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에게 가르쳐 달라는 아쉬운 얘기하는 것이 그래서 혼자 독학으로 배워 저의 탁월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누구의 도움도 청하지 않고 무식하게 시작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휴게실에서 홀로 연습 중일 때 여러 번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던 동료가 있었다는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에는 별 의미 없이 들었고 친구를 귀찮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레 거절했습니다. 진작 도움을 받았다면 저도 지금쯤 동요 한 곡쯤은 치고 남았을지 모른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거나 청하는 것은 부족하고 능력 없는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며 괜찮은 사람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인 양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감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비참한 일이며 상대에게 꿀리는 처량한 모습이라 여겼기에 내민 손을 거절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집이 때론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人間(인간)이란 한자를 보면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합니다. 결코 혼자 존재하는 생물이 아니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홀로 독불장군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는 어쩌면 인간이라 불리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소통하고 만나고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 보완적인 존재입니다. 일방적인 외길은 인간답지 못합니다. 그러니 성숙한 인간이란 도움을 잘 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도움을 기꺼이 받는 사람입니다.

도움을 기쁘게 받는 사람만이 진실한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이 깨달음을 일찍 알았다면 벗의 도움으로 훨씬 더 성장된 연주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비단 인간 사이만이 아니라 인간들이 모인 사회에도 통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양국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의 관계는 원조를 하고 원조를 받는, 우리는 주기만 하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받는 존재가 되어서는 결코 안됩니다. 우리는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고 도움을 주는 갑을의 관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한쪽은 아쉬워지고 섭섭해지며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없습니다.

양국은 적대적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를 지향해야 합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성숙한 관계 형성을 통해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갈등과 분쟁을 극복한 평화와 화합의 모범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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