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들인 회색 콘크리트
자연을 들인 회색 콘크리트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04.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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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회색의 거대한 구조물이 서쪽을 향하여 자리 잡고 있다. 서쪽으로 약간 돌출된 부분이 있어 그나마 남쪽의 빛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있다. 최대한 빛을 들일 수 있는 공간, 암회색 콘크리트 건물구조에 있어 가장 좋은 자리일 듯. 사람이 모인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이동하는 주 출입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설계에 좀 더 세심하게 고민한다.

3,4층이라 최대한 야외와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건축물 외벽에서 셋백 시킨다. 그리고 날씨의 변화와 사람의 이동을 살필 수 있도록 남서쪽으로 난 면의 마감 설계를 유리패널, 폴딩도어로 결정했다. 물론 외부공기순환을 통해 자연적 환기를 염두에 두어 두고 설계를 한다. 큰 창을 열고 나가면 45m 정도의 발코니형태의 공간이 있다. 중간 중간 테이블과 벤치를 배치하고, 곳곳에 다양한 수종의 식물을 식재한다. 윌마는 살짝 스치기만 해도 특유의 향을 발산한다. 냄새도 좋지만 피톤치드를 발생시키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알파파를 증가시키는 수종이라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꼭 있어야 할 수종인 듯하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좋은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영롱쌓기로 마감한 부분에는 인동초를 심어 향기, 항균효과와 더불어 벽돌을 감싼 인동초의 선과 녹색의 면이 회색의 벽면을 조화롭게 감싼 자연을 만끽하게 한다.

그리고 내부는 가능한 비산먼지를 잡을 수 있는 카펫종류의 바닥마감재를 선택한다. 그리고 제조창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원목으로 만들어진 집기를 중심으로 배치한다. 툭툭 던져 놓은 듯한 배치이다. 집기 위나 주변에는 공기정화식물이며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몬스테라나 알로카시아, 아가베 아테누아타를 기본으로 배치한다. 수경재배방식으로 가습효과도 병행하면 더 좋을 듯, 그러면서 커다란 알로카시아 밑에는 조그마한 스툴과 쿠션을 놓는다.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소소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그러면서도 혼자만의 집중을 요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만든다. 온종일 뭘 하는지 알 수도 없는 공간으로 꾸며도 좋을 듯하다. 거기에는 이끼로 만들어진 벽으로 마감한다. 자동으로 분사되는 시스템을 적용하여 모스월을 만드는 것이다. 이끼는 산소와 음이온을 만들어 내며 이산화탄소를 제거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화(火)를 다스리기도 하는 식물이다. 음이온과 산소가 가득한 방이라면, 무엇이든 치유가 되고 상상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천정에도 행잉플랜트를 걸어 공기 중의 미세먼지나 오염원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 용기는 옛 연초제조창 옥상 거름망이다. 무쇠로 되어 있어 무게감도 있고 넉줄고사리나 박쥐란, 립살리스와도 어울리는 오브제이다. 이외에도 연초제조창의 옛것으로 만든 것들이 곳곳에 배치된다. 광장에서 나온 무쇠맨홀투껑, 무쇠주물그레이팅 등을 이용하여 만든 테이블이나 양각으로 전매청이라고 새겨진 무쇠판을 이용하여 만든 스툴도 곳곳에 설치한다. 테이블에는 양치식물 등을 식재하여 성장과 함께 풍화되고 자연과 융화되는 모습을 공유할 생각이다.

요즘 미세먼지로 인해서 공기청정기나 세탁물건조기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실내외의 공간이 더 격리되며, 가전제품의 에너지 생산을 위한 이차적 오염원 배출이 더 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자연을 들이는 작업, 자연의 변화를 공감할 수 있는 사유적·치유적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다른 형태로 변모하게 될 옛 청주연초제조창 공간에 대한 애착일 수도 있다. 그간 건물을 사용하면서, 사용했던 사람들의 추억을 담아, 가능한 있었던 것들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자연을 들이고 함께 하며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을 갖고 싶은 욕심이다.

현대미술관청주관 개관과 더불어 공예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운영할 스텝뿐만 아니라 실질적·주도적으로 공간에 생기를 부여하고 살아있는 공간으로의 변모를 꾀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공간을 꾸미는 구상에 대한 단상이자 실천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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