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구본영
적반하장 구본영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4.02 20: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교도소 담장 위에 올라타 있는 시장님. 3일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둔 구본영 천안시장을 빗댄 말이다. 담장에 올라 앉아있는 그가 교도소 안으로 떨어질지, 아니면 다행히 밖으로 떨어져 `구속만은' 면하게 될 지가 이날 오후 결정되는 것이다.

담장 안과 밖. 물리적인 차원에서는 분명히 다르지만, `정치인 구본영' 에게는 그 경계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적어도 지금 펼쳐진 6.13 지방선거 잔치판에서는 말이다. 검찰의 기소가 확실시되면서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공천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66만명 천안시민을 대표하며 2000여 공직자들의 수장으로 천안시정을 이끌어 가던 그가 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구 시장은 김병국 전 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의해 지난달 자신에 대한 비리 의혹이 폭로되자 이후 두 차례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3월 12일과 21일이다.

그의 회견문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선거철이면 나오는 흑색선전', `음해성 정치공세와 정치적 모략' 등으로 불특정의 정치 세력을 겨냥했다.

또 `상대측의 주장만 받아쓰는 언론 논조가 바로 잡히기를 부탁한다', `언론 보도로 (자신에 대한) 음해와 비난이 난무' 등의 표현을 써가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이미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라며 줄기차게 무죄인 양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김 전 부회장의 폭로를 `정치세력에 의한 음모'이며 일부 언론의 오보로 자신이 음해를 당하고 있다고 항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그의 회견문은 내용의 진위를 떠나 `주장'으로 끝나고 말았다. 공식 기자회견을 빌었음에도 스스로 기자들과의 질의답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황당했다.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수사 중인 사항이라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수 없다”고 변명했다. 천안시민의 대표로 의당 자신이 관련된 의혹을 시민들에게 밝혀야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책임 있는 시장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는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이런 거짓말도 했다. “천안시장이라는 공적 자리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했기 때문입니다”

체육회 채용비리 의혹 기사를 보도한 충청타임즈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 취재거부와 광고·구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을 자행한 사람이 바로 장본인인데 말이다.

경실련의 대시민 사과와 사퇴 촉구 성명이 발표되자 구 시장은 다음날 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경실련의 주장은 부당한 정치공세이며 음해성 폭로로 66만 천안시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며 기망하는 행위로 판단한다. 시정에만 전념하고 시민만 바라보며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누가 천안시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 2018-04-09 03:36:10
참... 기막혀요. 권력이 그리도 중혀요?
시민을 뭘로 보고...
그리도 자리가 탐나거든 잘 하든가.
이게 뭔 챙피, 망신살인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