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온다
봄은 온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4.02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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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부국장

잠잠하던 무심천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팝콘 터지듯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린 벚나무가 4월의 봄을 화사하게 실어왔다.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벚꽃만리에 모처럼 무심천도 시끌벅적하다. 육교에서 꽃띠를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고, 벚나무 아래에서 꽃의 그늘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꽃 빛이 전해주는 각각의 풍경에 강퍅한 마음도 잠시 봄이 된다.

꽃소식과 함께 남북관계도 평화의 봄을 알리는 공연이 열렸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남측예술단은 4월 1일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첫 공연을 했다.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공연장을 깜짝 방문해 남측 예술인들의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북한 최고 권력자의 남북대화 의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평양공연은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이 지난 2월8일과 11일 강릉과 서울에서 진행한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 공연의 답례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예술단 공연 출연진에는 가수 조용필, 이선희, 윤도현, 백지영, 알리 외에도 피아니스트 김광민씨와 태권도 시범단이 합류해 북한 주민들에게 남측의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13년 만에 방북한 우리 예술단원 수만 해도 190여명이라고 하니 어느 때보다 풍성한 남북 문화교류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최근 남북이 보여주는 평화의 봄은 극적이다. 풀릴 것 같지 않았던 냉전체제가 새해 들어 해빙분위기로 전환되면서 멀기만 했던 봄도 기지개를 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민간외교 차원에서의 발걸음을 뗀 문화예술의 위력은 전쟁이 아닌 평화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운명의 봄' 으로 칭할 만큼 4월은 한반도 정세를 결정짓는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오는 4일 판문점에서는 후속 절차를 위한 남북 실무 회담을 열어 두 정상의 의전과 경호, 취재진 지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를 위한 통신 실무 회담도 별도로 마련한다고 한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공을 들이는 정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5월에는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도 가시화되면서 국제사회에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핵 도발 위협에 불안했던 세계정세와는 판이한 상황으로 변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제의가 가져올 일회적 관계성과 남북 평화 분위기에 대한 한계에 대한 지적이 무색할 정도로 평화의 봄은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의 정치군사적 대치 상황이 어떤 국면을 맞이할지 알 수 없지만 평화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만큼은 남과 북이 하나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봄. 봄에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겨울이 지나고 맞이하는 봄을 의미하는가 하면, 지난함을 이겨낸 다음에 맞이하는 따뜻한 오늘을 상징하기도 한다. 겨우내 강바람과 마주하고 있던 벚나무가 어느 날 문득 꽃망울을 터트리듯, 봄이 온다는 말의 저변에는 `오고야 만다'는 강제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 것이리라.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터에서 살고 있는 한반도에도 봄이 오게 하는 평화협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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