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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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8.04.0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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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 김현기

선거 때면 후보자들은 정치에 대한 자신의 의지와 철학을 담은 공약을 발표하거나 왜 선거에 나오려 하는지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시민들은 후보자들의 출마 명분과 내세우는 공약 아울러 그것을 지키고 실행할 역량과 진실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합당하다면 그 후보를 지지한다.

후보자들의 출마 명분은 그래서 중요하다. 명분은 당위성이기 때문이다. 당위성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끔 언론보도를 보면 황당한 당위성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에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물론 정치가 공적으로 봉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정말로 지역에 봉사하고 싶다면 `자원봉사'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몸과 마음을 내어주는 거룩한 행위인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것이 정말로 지역에 봉사하는 길이다. 아울러 지금껏 공직에 있거나 정치 활동을 한 이력들이 지역에 봉사했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봉사는 어떠한 대가나 이득을 전혀 바라지 않는 순순한 인간애의 발로이다. 공직과 정치 무대에 있으면서 그들은 급여를 받지 않았던가? 봉사는 삶의 흔적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정치와 행정 고위직을 수행한 이력을 봉사와 동일하다고 말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것은 지금 이 시간도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내어주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결례이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은 그들이 갈 길에 대한 나침판과 같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허무맹랑한 숫자로 포장된 공약에 열광하기보다 그들이 걸어온 지난 삶을 찾아보고 그 속에서 그들의 진실성과 비전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공약이 부족해서 엉망진창이 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약속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던 것이다. 그 사람은 그의 흔적이 모아져 만들어진 `흔적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여주고 만들어 낸 그 사람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이런 이유로 중요한 것이다. 어느 한순간도 사회정의와 공동선을 위해 살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정의로운 사람이 될 리 만무하다. 어느 한순간도 조건 없이 다른 이를 위해 사랑을 실천하지 않았던 사람이 시민들을 위한 `애민의 행정'을 실천할 리 만무하다. 어느 한순간도 불의를 보고 분노하고 저항하지 않았던 사람이 억울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 던질 리 만무하다. 어느 한순간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실천하지 않았던 사람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리 만무한 것이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장,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의원 모두가 같다. 후보자들의 삶의 흔적을 바라보면서 정말로 시민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 연민의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나섰던 사람, 공익을 위해 사익을 과감히 던졌던 사람, 작은 약속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했던 사람. 이런 사람들을 새로운 일꾼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후보자들이여 그대들의 흔적을 살펴보라. 그대가 정말 그런 사람이었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가기를 진심으로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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