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는 길
봄이 가는 길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8.04.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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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 임도순

꽃소식이 바람타고 올라왔다. 봄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버드나무 가지가 서서히 연둣빛으로 바뀌며 시작된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수풀이 세월의 흐름으로 한 껍질씩 허물을 벗으며 작품을 만든다. 양지쪽으로는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주위로는 이름 모를 풀들이 고개 내밀어 인사를 한다. 훈풍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신비의 세계다.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조금 깊게 생각하고 가까이서 바라보니 대단한 변화다.

혹한을 참고 견딘 결과이다. 아무것도 살아날 수 없는 줄 알았는데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시작하는 때를 알아차리고 손을 내민다. 연약한 모습을 바라보고 어떻게 지켜왔을까를 생각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누구라서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생의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어디를 보아도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지나치기 일쑤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세계가 펼쳐지는 봄,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움을 보는 기회를 준다.

요즈음 농사는 봄을 앞서간다. 일찌감치 묘판에 뿌려진 씨앗은 하늘을 향하여 기지개를 편지 꽤 됐다. 예로부터 모 농사가 반 농사라 하였다. 좋은 묘 생산에는 기술도 중요하고 연륜도 있어야 한다. 자연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비닐을 이용하는 농사를 한다. 수확시기를 조절하여 남보다 다른 시기에 출하하여야 보다 높은 소득을 올린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하다가 할 일이 없으면 농사나 하지 했는데, 요즈음에는 차원이 다르다. 질 좋은 상품(商品)의 생산은 기본이고 생산품 중에 상품(上品)의 비율이 높아야 소득을 올리는데 차질이 없다.

봄이 가는 길은 순탄하지는 않다. 시샘하는 날씨가 몇 차례씩 나타나 다시 겨울의 맛을 느끼게 한다. 살아가면서 고비는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이 고개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따뜻한 봄 날씨에 익숙해질 무렵 흔히 나타나서 더욱 힘들게 한다. 모진 눈바람도 잘 이겨내어 잘 버텼다고 안심하며 자신을 뽐내려는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쉽게 넘기기가 어렵다.

꽃소식은 사람을 유혹한다. 아랫녘에서부터 향기를 풍기고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서서히 올라온다. 며칠을 기다리면 주위에서 얼마든지 보는데 그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나들이를 한다. 해마다 꽃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지만 느낌은 다르다. 차창으로 비치는 풍경을 보며 지나온 세월을 더듬어 보게 하는 묘한 맛이 있다. 한발 두발 걸어가며 꽃 속으로 빠져들고 아름다움에 젖어들면 마음은 하늘을 난다. 항상 보아도 설레는 감정으로 깊이 빠지고 만다.

꽃과 함께하는 축제도 봄의 전령사다. 날씨 변화에 따라 꽃피는 시기가 변하여 축제 기간을 다르게 정한다. 다행인 것은 그 시기가 크게 다르지 않아 예측할 수는 있다. 지역을 알리고 홍보하는 기회가 되어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이한다. 현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며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스며들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어 봄의 꽃소식은 겨우내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는 역할을 한다.

봄이 가는 길에 선물의 의미를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외며 들여다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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