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를 돌보는 마음으로
내 자녀를 돌보는 마음으로
  • 박기현<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 청소반장>
  • 승인 2018.03.2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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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박기현

유난히도 혹독했던 이번 겨울, 나의 일터인 보은 사회복무연수센터에는 새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곤 했다. 눈이 오면 이곳 연수센터 전 직원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교육생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설작업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들이 연수센터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지만 특히나 청소반 반장인 나는 새벽부터 눈이 오는 이런 날이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바빠진다. 센터가 워낙 넓고 그늘지거나 경사진 곳이 많아 교육생들이 행여 빙판에 넘어지지는 않을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눈을 치우는 틈틈이 오가는 교육생들이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교육생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자녀의 등굣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되고는 한다.

사실 나의 본 업무는 연수센터 곳곳의 청결을 책임지는 것이다. 숙소와 본관을 잇는 통로부터 시작해 강의실 복도, 화장실, 회의실과 강당에 이르기까지 교육생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교육받도록 최상의 환경을 유지하는 중요한 일이다. 센터가 보은 최고의 청정지역인 서원계곡에 위치한 만큼 주변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도 적극 임하고 있다.

사소한 청소용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어떤 제품이 지역의 환경을 보호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고민하게 된다. 가끔 짬을 내어 주변 수려한 산세와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 일에 나도 조금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센터에서는 한 기수에 보통 800~1000명의 교육생이 합숙교육을 받는다.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교육 일정이 원활하게 운영된다. 모든 시설의 청결을 책임져야 하는 청소반의 업무 또한 다른 분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내가 이끌고 있는 청소반은 10여명이 팀을 이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각종 쓰레기 수거에서 복도 청소, 화장실 정비에 이르기까지 청소에 관한 한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청소반의 업무는 단순히 지저분한 것을 치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생들의 건강과 위생을 책임지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업무가 제자리를 찾아야만 교육생들의 안전이 지켜지는 것이다.

업무의 특성상 이른 출근이 필수이기에 나는 고민 끝에 가족을 설득해 최근 거주지를 대전에서 보은으로 옮겼다. 기왕 시작한 일이니 내가 맡은 업무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한번은 원장님께서 도로에서 눈을 치우던 나에게 교육생을 위해 헌신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하셨다. 너무나 감사한 칭찬이지만, 나는 내 업무가 헌신이라는 말로 거창하게 포장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자식 같고 이웃 같아 자연스럽게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뿐이니 말이다.

나는 내 업무에서만큼은 일당백의 해결사이고 싶다. 오늘도 교육생들은 우리 청소반이 말끔하게 제설한 길을 걷고 깨끗하게 청소한 복도를 지나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을 배우러 강의실로 향한다. 누군가의 정성이 모두의 행복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현장이다. 나는 이 일을 함께 해주는 나의 동료들과 나의 일터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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