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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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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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4월을 사흘 앞두고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의 시작점이 그 잃어버린 7시간이었기에 온 국민의 관심의 집중되어 있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그날 박 전 대통령은 집무실에 나가지 않고 관저 침실에 머물러 있었고, 사고 소식을 전하려는 국가안보 실장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부속비서관이 관저로 가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부른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때가 오전 10시 20분쯤이었고, 국가안보실장과 10시 22분에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국가안보실로부터 서면보고를 받고 전원 구조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주장해왔으나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비서실로부터 20~30분 간격으로 11회에 걸쳐 서면보고를 받고 구조하도록 지시했다는 것도 거짓이었다. 심각한 재난 상황임에도 사고 당일 대통령비서실은 오후와 저녁 두 차례 보고했을 뿐이었다. 그것 외에도 전 정부 청와대의 발표는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구조의 골든타임을 10시 17분으로 설정하고 그 이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음을 가장하기 위해 범행(세월호 첫 상황보고 시각조작)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사건 당일 최순실이 청와대로 들어가 문고리 3인방과 함께 대책회의를 하였다는 부분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기가 막힐 지경에 이른다.

3백여 명의 국민이 수장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는데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했을 뿐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근무 시간에 국가의 안위는 아랑곳 않고 침실에서 국가안보실장의 전화도 받지 못하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의혹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발표 후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수사결과 세간에 떠돌던 밀회설, 성형수술설, 주사투약설, 굿판을 벌였다는 소문 등이 사실로 밝혀진 게 없으니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을 제기한 촛불시민이 자숙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하여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들은 사건 당일 정부가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거나, 혹은 그 7시간동안 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이 제기한 의혹의 행위를 하지 않고 침실에 있었다는 발표로 그 날의 행위가 무척이나 떳떳하고 정당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어찌 공당의 대변인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정당이 한때는 집권당이었다는 사실도 한없이 부끄럽다. 촛불시민과 언론이 요구했던 것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응할 때 까지 7시간 동안 구조할 수 없었던 이유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낱낱이 밝히라는 것이다. 그런데 전 정부의 청와대는 공식보고 시간까지 조작하며 대국민 사기극을 펼쳐 왔다는 것이 이번 수사결과 밝혀졌고,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큰 대형 참사가 일어난 시간에 집무실이 아닌 침실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탄핵감이건만 촛불시민에게 사과하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되는 날이다.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 잠겨있는 세월호의 진실은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의 찬란한 계절 4월은 모두에게 상처로 다가오고 있다. 굳게 닫혀 지고 가려진 의혹들이 한 점도 남겨지지 않도록 명확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만이 우리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할 수 있다. 또다시 슬픈 4월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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