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낭랑 18세 투표권
뜨거운 감자 된 낭랑 18세 투표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3.27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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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집안이 번성하려면 아이 울음소리, 다듬이질하는 소리, 글 읽는 소리가 울타리를 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가족끼리 싸우는 소리가 담을 넘으면 길 가던 사람도 어떤 집안인지 눈치를 챈다.

나라가 잘되려면 민의를 고민하는 정치인이 많아야 한다. 유권자는 당연히 그런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요즘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된 낭랑 18세의 투표권 부여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참정권 확대를 두고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급급하고 교육계는 학생의 투표권 참여를 두고 교실의 정치화를 걱정하는 쪽과 청소년 인권 보장이라며 환영하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투표권 연령 하향에 대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부터 선거권을 부여한다”며 “18세는 취업과 결혼, 8급 이하 공무원이 될 수 있고 병역과 납세 의무도 지고 있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고등학생 1430명을 대상으로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65.9%가 찬성했다.

2016년 조사 때 24.7%에 불과한 찬성비율이 1년 사이 급증했다. 이 시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졌다. 촛불집회에는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이 책 대신 촛불을 들었고 교실이 아닌 광장에 앉아 있었다.

나라의 주권이 걸린 사안이었기에 기성세대들은 학생이란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촛불집회 참여를 막지 않았다. 수능을 끝낸 고3 학생들이 대거 참여하자 청소년들의 의식이 깨어 있다며 반색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선거 연령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춘 건 지난 2005년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 19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로 학생 신분이 아닌 성인으로 인식했기에 가능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 연령별 투표율을 보면 19세의 투표율은 20~30대보다 높았다. 18대 대선에선 19세의 투표율은 74.0%로 20대(68.5%)보다 높았고, 19대 대선에선 20대는 76.1%가 투표했지만 19세는 77.7%를 기록했다.

정치에 관심 없을 것 같은 19세의 투표율 자체만 봐도 정치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의 투표권 부여 나이는 가장 높은 19세다.

투표권 부여 나이가 18세 또는 그 이하인 15개국의 고교를 마치는 학제는 한국보다 연령이 빠르다. 체코, 스위스 등 11개 국가는 만 19~20세에 고교 학제가 끝나지만 역시 우리보다 낮은 18세에 투표를 한다.

18세라는 나이가 유독 한국에서만 논쟁거리가 된 것은 대학입시의 영향이 크다.

수능 당일 비행기 이·착륙 시간까지 조정하는 한국에서 대학입시는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운명 키와 같다.

대학입시에 목숨을 거는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18세의 투표권 논쟁은 지속할 것이다.

2015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대학진학률은 41%인 반면 한국은 68%로 가장 높다. 독일 28%, 이탈리아 24%, 일본 37%로 고교졸업생 10명 중 7~8명은 대학에 가지 않는다.

정치적, 교육적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한국에서만 18세라는 나이가 왜 문제가 되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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