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것들.
그들의 정직과 그의 지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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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정직과 그의 지지 선언
  •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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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 집안의 가훈이 `정직'이라는 것과, 한 차례 거부한 뒤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미투 지지'는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가.

파렴치한 그들의 모습이 자꾸만 TV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직'은 우리가 알고 있고, 지키고 싶어 하는 그것과는 틀림없이 다를 것이라는 확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지하는 `미투'는 오랜 세월동안 숨죽이며, 두려움과 고통에 시달리다 간신히 용기를 낸 피해여성들의 그것과는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평범한 우리와 애초에 노는 물이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안의 `정직'을 `사람이나 사람의 성품, 마음 따위가 바르고 곧음'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같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거짓을 말하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지 않으며, 성실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고서야 삶의 수단인 재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진리는 그 집안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나라와 국민을 대표해 역사와 미래의 영광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의 자리가 개인의 사리사욕을 탐하는 수단으로 채워졌다는 것이 그들 집안의 엉뚱한 `정직'이 아니겠는가.

`미투를 지지한다'면서 페미니즘을 말하고, 젠더 평등을 강조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미투'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여성을 대하는 포장된 상징일 뿐, 정작 그의 지엄한 권력 앞에 바들바들 떨 수밖에 없는 여성 부하직원의 인간적 존엄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리고 거기에 첨부되는 정치적 보복이라거나, 강압이 아닌 서로의 합의에 의한 부적절한 관계쯤으로 도덕적 비난을 받을지언정, 법의 울타리에서는 벗어나겠다는 발버둥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만약에 안희정, 그가 권력의 최고 자리에 오르게 됐다면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한숨이 절로 나오고 공연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사회 지도층은 언제나 자신의 주장이 `진리'이고 `정당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런 파렴치한 모습에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다. 오로지 상식과 몰상식, 불편부당함과 정당함, 도덕과 비도덕 또는 인간에 대한 존엄과 무시 사이의 길항작용이 있을 뿐이다.

평범한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과 착실한 자기 노력을 초월해 동물적인 경제 효과만을 떠올리며, 숨기기 급급한 여러 의혹을 외면한 채 이명박,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다수의 침묵은 불경하다.

젊은 개혁의 아이콘으로 포장된, 그저 번듯한 청년의 이미지와 국민적 서글픔으로 남아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활쯤으로 미완의 아쉬움이 덧칠되면서 별다른 의심 없이 그를 무작정 추종했던 집단적 환상에 책임은 없는 것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었다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법률적인 단죄의 절차에 돌입되었다고 해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민의 법 감정이 범법의 의심이 농후한 이들에 대한 구속이 선행이며,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극단의 사고방식의 차이이거나, 나는 모르는 일로 일관하면서 책임의 회피에 몰두한다면 결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미투'를, 피해여성에게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고백을, 남성을 일방적으로 공격한다거나 전체 남성을 가해자로 삼는 일이라는 억지가 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려가 된다고, 또 괜한 오해를 사는 일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여성과의 조우를 아예 차단한다는 소위 펜스룰 운운하는 일도 비겁한 숨김이다.

`정직'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바름과 곧음'이어야 하고, 미투를 지지하는 일 또한 `우리와 더불어'의 공정하고 동등함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세상의 모든 부당한 권력과 폭력, 부정이 말끔히 사라지는 날까지 미투가 혁명으로 지속되어야 하는 여전한 까닭이다.

이런 거대한 흐름을 나는, 우리는 모르는 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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