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 하은아<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03.26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학창시절 나는 과포자이었다. 수포자가 수학 포기를 뜻하듯 나는 과학 포기를 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생물, 지구과학, 화학, 물리학을 나누어 배웠다. 생물과 지구과학 시간이 제일 싫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생물과 지구과학을 더 이상 배우지 않아 행복했을 정도다. 심지어 지구과학 보충수업이 듣기 싫어 헌혈차가 오면 헌혈을 하곤 했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흥미로울 수업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 번도 실제로 보지 못한 동물이 어떻게 진화되고,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또 대륙이 융기하고 보름달이 뜨면 밀물이 일어난다와 같은 것들은 나에겐 SF 소설 같았다.

이렇게 과학을 멀리하면서 살았다. 기초과학 연구가 중요하다는 뉴스도, 올해의 노벨과학상을 누가 받았다는 뉴스도 관심 밖의 일이었다. 도서 `저도 과학이 어렵습니다만'저자 이정모 관장의 강연을 듣기 전에는 말이다.

마다카스카르의 바오밥나무 사진에 매료되었던 나는 이정모 관장의 마다카스카르 여행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마다카스카르의 자연환경을 자연사적으로 풀어주는 그의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그 강연을 통해 나는 지구의 몇 억만년의 역사 중에 정말 손톱만큼만 한 시간도 살고 가지 않는구나를 깨달았다. 과학이 조금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일상과 과학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과학 입문서”라며 이정모 관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광고를 보았다. 저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어떤 통찰을 하겠다든지 과학이랑 친해져 보겠다든지 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일상 속에 많은 것이 과학으로 설명되어짐을 알았다. 단순히 자연스럽게 원래 그런거구나 하는 식으로 넘어갔던 일들이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을 통해 삶의 균형을 가지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자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과학이라는 것은 당장은 무용해 보여도 언젠가는 우리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는 속담이 과학적으로는 틀린 말이라는 것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로 청소년들에게 부지런한 삶을 이야기하지만 나이에 따른 신체리듬이 달라서 일찍 일어나는 것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을 유쾌하게 이야기해준다.

생각보다 과학은 생활 속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실패하고 성공하면서 발전해온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는 조금씩 더 편리한 생활을 한다. 이런 과학을 통해 세상을 조금만 더 합리적으로 본다면 우리의 삶의 조건도 바뀌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묻는다.

읽는 내내 유쾌했다. 음성지원이 되듯 걸걸한 목소리로 통쾌하게 웃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과학은 물론 어렵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친해진 것 같다. 코알라가 하루에 20시간 자고 나무늘보보다 더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궁금하다면 읽어보고 그 이유를 알아보기를 권한다. 그 이유가 생각이나 나는 벌써 웃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