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와의 전쟁
초미세먼지와의 전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3.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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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부국장

지난 주말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듯 뿌연 하늘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서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 수치를 나타냈다.

25일 서울의 하루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00㎍/㎥를 웃돌았고, 26일 역시 서울과 경기 86㎍/㎥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게 나타났다. 또한 광주 68㎍/㎥, 충북 61㎍/㎥, 강원 52㎍/㎥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져 2015년 관측 이래 역대 최악의 농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위성사진으로도 확연히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먼지에 휩싸인 한반도는 노란색을 띠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 때문이라지만 현대화라는 이름의 산업 재앙이 우리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KBS1 `KBS스페셜'에서 방송된 `소리 없는 공포 중국 초미세먼지와의 전쟁'편이 방송됐다. 특히 한국을 뒤덮은 중국발(發) 미세먼지의 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유리공장에서 분출된 하얀 유릿가루가 거리마다 재처럼 쌓이고, 제철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에는 쇳가루가 섞여 인근 주민들의 삶터로 날아들었다.

사방형으로 된 주택은 날아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돔 형식으로 지붕을 세웠지만, 그마저 설치할 수 없는 가정들은 고스란히 먼지를 뒤집어쓴 채 생활했다. 유릿가루가 눈처럼 내린다는 주민들의 말이나, 자잘한 쇳가루가 날아다니는 중국의 하늘은 거짓이 아니었다.

공장에 둘러싸인 마을과 마을 사람들은 오염에 그대로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미세먼지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의 하늘을 죽음의 회색 안개로 뒤덮은 초미세먼지는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못지않게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다. 2013년 정부 관계부처 합동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원하는 초미세먼지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30~50%, 국내 초미세먼지의 비중이 50~70%라고 추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 생성된 초미세먼지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미세먼지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국이 초미세먼지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자치단체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 중심의 수도권에서는 두 달여 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처음 시행된 후 올해 4번째 초미세먼지로 내려진 조치다. 그만큼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지만 비상저감조치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공공기관 중심으로 차량 2부제와 대기배출 사업장의 단축운영, 건설공사시간 단축, 노후건설기계 이용 자제, 살수차량 운행과 같은 미세먼지 발생 억제조치에 불과하다.

청주시도 초미세먼지 대책으로 새로운 환경기준을 목표로 세우고 내부 발생량을 줄이려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자동차 구입비 일부를 지원하고,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도록 하는 안과 분진 흡입차를 구청별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발등에 불이 붙은 후 내놓은 자치단체의 뒤늦은 대책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시급히 개선될지 알 수 없지만 눈앞에 닥친 초미세먼지와의 전쟁은 획기적인 방안이 도출되지 않는 한 쉬이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경계 없는 하늘을 두고 중국과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국경을 초월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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