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원에게 지방분권 맡길 수 있나
이런 의원에게 지방분권 맡길 수 있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3.26 2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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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의회 의원들이 지난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자당 소속으로 각종 비리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구본영 천안시장을 옹호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회견에서 “구본영 시장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폭로가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의 재집권, 구 시장의 재선을 두려워하는 불순한 정치 세력들에 의해 자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지난 5일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구 시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사실을 언급하며 “선거가 목전에 다가오자 갑자기 기존의 입장을 180도 바꿔 이같은 내용을 폭로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면서 “많은 시민이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불손한 의도를 가지거나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한 허위 자백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걱정을 전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은 거짓을 이겨내고 스스로 밝히는 힘이 있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진위여부를 신속히 밝혀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의 회견은 여러 가지 면에서 `거북하고' 궁색했다. A4 용지 1장 반 분량의 회견문에서 이들은 최근 구 시장에 대한 김 전 부회장의 금품 수수 폭로와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를 `음해성 정치 공세',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폭로' 등으로 근거없이 몰아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전 부회장의 폭로에 대해 `남(많은 시민들)의 입'까지 빌어 가며 `불손한 의도를 가지거나',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체육회 채용 비리 의혹 사건을 두고는 `경찰에서 무혐의로 처리한 것'이라며 무죄인냥 억지를 부렸다. 회견 말미에서는 이런 황당한 말까지 했다. “저희 시의원들은 구본영 시장이 해왔던 시정과 인간 됨됨이를 잘 알기에 그의 결백을 믿습니다.” 회견문 내용이 마치 검찰에 읍소하는 탄원서 같다.

구 시장은 현재 체육회 및 천안시보훈회관 채용비리, 체육회 성추행 사건, 금품 수수, 공무원 노조 전임자 특혜 등 다섯 가지 이상 사건에 연루돼 직권남용, 직무유기,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이중 보훈회관 채용비리, 노조전임 특혜 및 성추행 은폐 의혹 등 3건은 구 시장이 천안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직접 연관된 사건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어쩐 일인지 천안시의회는 꿈쩍하지를 않고 있다. 정상적인 지방의회라면 벌써 조사권을 발동, 특위를 가동해야 했으나 전혀 무관심이다.

시민 대의기구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가 행정부의 수장이 비리에 연루된 사안에 대해서도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민주당 의원들은 궁색하기만 한 회견문을 끼적거려 자당 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주어진 책무를 외면하고 공천권에만 매달리고 있는 한심한 동패 의식. 지방의회의 본분은 무엇인가. 이런 의원들에게 지방분권을 기대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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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2018-03-27 10:25:09
백번 옳습니다. 시의회는 행정부를 감시하라고 뒀더니만.. 쯧쯧.. 민주당 실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