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권한 반드시 분산돼야
제왕적 대통령 권한 반드시 분산돼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3.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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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부국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유독 매서웠던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청와대 개헌안을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짙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져 있다. 꽃샘추위만큼이나 정치권이 살벌한 이때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법원은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청와대가 제왕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총리와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개헌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의 수용자 신세로 전락했다.

검찰이 제시한 이 대통령의 혐의는 110억원대 뇌물 수수·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다. 전직 대통령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제적 망신과 치욕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의 수감으로 생존해 있는 4명의 대통령 중 2명이 동시에 구치소에 있게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됐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흑역사에 한 페이지도 추가됐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만 봐도 엄청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국고손실·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수뢰 후 부정처사 등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현대사에서 대통령 구속이라는 오명의 첫 페이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장식했다.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기 직전 “여러분 가슴에 안고 있는 불신 그리고 갈등, 이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고 한 말은 이후 대통령이 구속될 때마다 포토라인에서 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반란 및 내란 수괴 등의 혐의를 받았던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서울 서대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인 합천 친척 집에서 검찰 수사단에 의해 구속영장이 집행돼 서울로 압송되는 수모를 겪었다.

탄핵과 파면으로 지난해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서울구치소 10.6㎡ 크기의 독방에 수감돼 있다. 이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과 똑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구속으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대통령들에게 주어진 제왕적 권력이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도구로 이용됐다는 점에서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하는 동시에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총리와 국회의 권한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헌안은 의미가 있다.

아직은 청와대 개헌안을 놓고 여당은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부정적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제명할 것”이라며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야당은 개헌이라는 속임수에 당하는 것이 아닌지 두려운 것이다. 개헌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의 치열한 공방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이제 개헌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키를 쥔 국회의 개헌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염려스럽다.

개헌 논의는 당리당략을 떠나 반드시 국민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선 여야는 개헌 로드맵부터 제시한 뒤 권력구조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순차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권력구조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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