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헌법도 좌파의 야욕인가?
제헌헌법도 좌파의 야욕인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3.25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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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6장 85조부터 88조까지 골자를 추리면 다음과 같다.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법률을 정해 국방상 또는 국민생활상 필요에 의해 사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경영을 통제·관리할 수 있다'.

경제적 이득이 창출되는 자연자원은 국가가 소유해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농지는 지주가 아니라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이 소유하도록 국가가 접수해 재분배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성을 띤 일체의 업종은 국·공유화 한다고 했다. 국민 생활 향상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기업도 국가가 경영권을 가져가거나 통제하겠다고 했다.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헌법을 만든 제헌의회 의장이 이승만이었다.

농지분배 조항은 곧바로 실행으로 옮겨졌다. 정부는 1949년과 1950년에 걸쳐 `유상물수 유상분배' 방식으로 지주들이 갖고 있던 농지를 접수해 소작인들에게 돌려줬다. 소유할 수 있는 농지도 가구당 3정보(약 3만㎡)까지로 제한했다. 훗날 위헌 판결을 받은 토지소유상한제가 이미 70년 전에 전면 시행됐던 것이다. 당시 농지개혁을 밀어붙인 대통령도 이승만이었다.

이후 토지공개념을 가장 의욕적으로 추구했던 대통령은 노태우였다. 그는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리는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택지소유상한제는 위헌,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으며 무산됐다.

청와대가 발의하기로 한 헌법 개정안에서 토지공개념 조항이 강화됐다. 현행 헌법의 토지공개념 조항에서 `법률로 정해서 한다'는 조건을 빼버렸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 또는 의무 부과를 할 수 있다'고 해 추진력을 높였다.

이 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로의 변혁을 꿈꾸는 좌파들의 야욕이 드러났다”(장제원 수석대변인)고 비난했다. 청와대보다 자신들과 보수가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이나 노태우 정권을 향해 먼저 했어야 할 말이다. 헌법으로 토지 소유·사용권을 제한하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도 사회주의 국가로 불러야 한다.

우리 국민의 상위 1%가 토지의 4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법인이 소유한 토지는 편중이 더 심해 상위 1% 법인이 76%를 소유한다. 1% 부자들과 대기업이 전국 알짜배기 땅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전국 땅값은 409조원이나 올랐다고 한다. 토지 소유 자체만으로 발생하는 이 막대한 불로소득이 어디로, 누구에게로 흘러들어 갔는 지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는 당첨만 되면 즉각 4억~5억원의 차익이 보장되는 세칭 `로또 아파트'가 모델하우스를 열어 화제가 됐다. 지방은 아파트들이 심각한 미분양에 시달리고, 농촌에서는 늙은 농업인들이 팔지도 못하고 대신 농사를 지을 대리인도 구하지 못해 놀리는 농지가 수두룩하다.

청와대 개헌안에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꿔 부르고 자주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자체 간 엄청난 빈부격차를 줄이지 않고서는 지방분권은 헌법상 구호에 그칠 공산이 높다. 비수도권에서는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봉급도 해결하지 못해 재원의 80% 이상을 중앙에 의존하는 지자체가 숱하다. 수도권에서는 땅 팔아 올린 수익을 시민에게 배당하겠다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이득의 대부분이 특정 지역의 극소수 집단이 독점하는 왜곡된 토지거래 시장은 지방분권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토지 공개념이 국회 개헌논의에서 더 강화되고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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