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더불어 사는 삶
  • 류충옥<수필가·청주경산초 행정실장>
  • 승인 2018.03.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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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 류충옥

토요일 아침. 모처럼 가족이 늦잠에 빠져 있는 시간에 조용히 빠져나와 복지관으로 향했다. 매달 한 번 나누는 삶을 사는 시간이다. 다른 일정이 겹쳐 지난달 못 갔더니 달려가는 동안 마음만 급하다. 도착하니 20여 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봉사자들과 따뜻한 차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우리는 7가구를 2~3명씩 짝을 지어 방문했다.

우리는 충북교육청 사랑 나눔 봉사단. 충북교육청 산하 기술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모임으로 지금은 여자회원까지 많이 늘었다.

남자회원은 주로 보일러를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일을 하고, 여자회원은 홀몸노인 및 장애인 가정의 집안일과 말벗 등을 해 드린다. 매월 작지만, 일정액을 모아서 죽과 과일 등을 사드리고, 이불 빨래도 빨래방에 가져가 세탁한다. 한겨울 위풍이 센 창문에 단열재도 붙이고 무선주전자나 선풍기 같은 소소한 물품도 필요한 가정에 챙긴다.

처음 방문을 하면 이분들은 경계하며 마음을 닫고 있다가, 한 달 두 달 계속 가다 보면 마음을 열고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과거 힘들었던 이야기, 멀어진 자식 이야기, 남편이 힘들게 했던 사연 등 넋두리를 털어놓는다. 그분들은 나이가 70~90세 이상인 고령자다. 힘들게 보릿고개 넘으며 자식들 먹고살 만큼 키워놓고 대한민국도 이만큼 번듯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늙고 병들어 방 안에 갇힌 신세가 됐다.

눈이 안 보이는 사직동 어르신댁은 2014년 10월부터 방문하기 시작하였다. 이혼한 큰아들이 아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사는데, 직장도 없이 술로 살다시피 하다 보니 할아버지와의 잦은 다툼으로 이어졌다. 앞을 못 보는 불편한 몸으로 싫은 기색도 없이 멀쩡한 세 남자의 뒷바라지를 하는 할머니를 보면 안타까워 화가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온갖 불평불만을 다 끌어안은 채 젊은 시절 얘기만 일삼고 삶을 포기하다시피 하던 할아버지가 갈 때마다 조금씩 나아졌다. 지금은 외모도 깔끔하게 관리하고 폐휴지와 고물을 주워 돈을 마련한다고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따뜻한 관심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혼자서는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서로 다르게 가진 부분을 주고받으며 더불어 살아갈 때 시너지 효과를 통하여 더욱 완벽한 삶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뜨는 것이 융합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STEAM 융합 교육을 통하여 다양한 창의성을 시도한다. 봉사 활동이라는 것도 결코 어렵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가진 부분을 나누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아직 내 몸이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으니 거동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시간을 좀 나누는 것이다. 내가 가진 돈이 비록 많지 않으나 밥은 굶지 않으니 적은 돈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뜻하지 않은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 내 목숨이 과연 내 것일까?

그저 오늘 하루 눈 떠서 새로운 하루를 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머무는 곳이 어디든 부족하나마 내가 필요하다면 참 고마운 일이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쓸모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베풂을 통해 얻는 자존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서로서로 위하는 마음으로 나누고 양보하며 살 때 이 세상은 유토피아(utopia)가 될 것이다. 비로소 상생(相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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