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에 걸 맞는 지방선거가 되려면
새 시대에 걸 맞는 지방선거가 되려면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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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을 실감할 만큼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꿈꾸는 출마자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각 정당들도 후보자 선정과 영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당엔 후보자가 넘쳐 공천에 적합한 후보를 걸러내는 작업이 어려워 보이고, 인물난을 겪는 야당들은 후보영입이 어려워 매우 난처해 보인다.

그런데 지역 언론에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크게 변화가 없다. 새로운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끼리 당을 갈아타거나 기초에서 광역으로, 의원에서 단체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도전하는 형국이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원인이겠고, 정당과 지역정치인들이 인물을 키우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의 신선한 바람이라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방의회 진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과 지방의원출신들이 단체장에 도전한 일이다. 지역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했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생활정치를 펼쳐 나간다면 지역정가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도전들이 낙관적인 결과를 내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활동가들이 짧은 시간 안에 정당의 생리에 적응하며 공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 지방의회를 거쳐 단체장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방정치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논리에 밀려 좌절하지는 않을까 그것도 걱정이다.

어느 조직이든 발전하려면 때가 되었을 때 신선하고 맑은 물로 갈아주어야 한다. 흐르는 물이 멈춰 고이면 썩어가듯이 정치조직도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정체되고 부패하여 결국은 유권자의 심판 앞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한번 당선되고 나면 그 자리가 마치 자기자리인양 끝까지 붙들고 있으려는 정치행태를 고쳐야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공천을 못 받을 것 같으면 몸담았던 정당을 쉽게 버리고 뛰쳐나가 다른 정당을 기웃거리는가하면, 유권자의 지탄을 받고 정당에서 쫓겨난 인물들이 다시 복당하기 위해 이리저리 수를 쓰는 모양은 보기에도 부끄럽고 민망하다. 게다가 국민의 지지도가 하늘을 찌르는 여당의 충북도당에서 자신들의 정체와 전혀 맞지 않는 인물을 단체장후보로 거론하거나 보수야당 출신의 인물을 영입하는 것을 보면 정치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혼란스럽다. 중앙당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을 벌이는 것을 보면 충북도당은 자기 정당의 정체성을 무시해도 될 만큼 막강한 힘을 가졌거나 지역민의 심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이제는 지방정치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당에 예속된 정치가 아니라 지방자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가장 좋은 길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면 각 정당들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공천할 때 과감히 발탁해야한다. 그래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물과 신인들이 지방정치에 입문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당의 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엄격한 평가기준을 만들어 다음 선거에서 공천기준으로 삼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이런 과정에서 도덕적으로 흠결이 나타나 유권자의 신뢰를 잃은 사람이나 업무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사람들을 걸려 낸다면 많은 지역민들이 주장하는 지방정치 무용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유명정치인과 찍은 사진을 간판으로 내거는 사람, 과거의 경력을 앞세워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이당 저당 기웃거리는 사람, 도덕적 흠결로 구설수에 오르내린 사람,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제명당한 사람 등 입에 올리기도 낯부끄러운 사람들은 자진해서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 촛불혁명으로 이룬 새 정부에 걸 맞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물러남의 미학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주민이 심판해야 한다. 정치적 소신도 없이 누가 봐도 자격이 없는 자가 나서는 것은 유권자를 심하게 무시하는 행위이다. 그들이 당선되어 지방정치 무용론이 더 확산되는 일만은 막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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