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
빛,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
  • 권재술<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03.22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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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이 말은 아마도 창세기에 가장 빛나는 문장일 것이다. 이 말이 없었다면 아마도 창세기는 진정한 창세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빛, 만물의 어머니이자 이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다.

빛이 왜 이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인가? 빛의 가장 특징적인 특성은 그 속력일 것이다. 빛의 속력은 약 초속 30만 킬로미터다. 초음속이라는 말이 소리보다 빠르다는 말이고 소리의 속력을 마하 1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개발 중인 극초음속 전투기의 속력이 마하 6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음속의 6배를 말한다. 그런데 빛의 속력은 무려 마하 900,000이나 된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고, 태양까지도 8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그것 하나로 빛이 우주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빠른 기차도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속력을 점점 증가시키면 못 따라잡을 것이 어디 있겠는가? 로켓을 생각하자. 연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방법이 있기만 하면 로켓의 속력은 얼마든지 빠르게 할 수 있다.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면 천천히 가속시켜도 언젠가는 빛의 속력인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따라잡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돈도 자꾸 저축하면 자꾸 불어난다. 무엇이나 조금씩이라도 증가하면 무한히 증가한다. 그런데 속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도 빛의 속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를 땅에서 보면 속력이 100킬로미터로 보이지만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보면 기차의 속력은 40킬로미터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빛은 그렇지가 않다. 빛의 속력이 초속 30만 킬로미터인데, 20만 킬로미터로 달리면서 본다고 해서 빛의 속력이 10만 킬로미터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역시 30만 킬로미터로 달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그런 헛소리야!”하는 마음이 생기는 독자라면 참 똑똑한 독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런 똑똑한 독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것은 헛소리가 아니라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이 이렇게 주장했을 때 많은 똑똑한 물리학자들이 “무슨 헛소리야!”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빛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속력을 증가시키면 계속 속력이 증가한다. 하지만 아무리 증가해도 빛의 속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 아니, 절대로 빛의 속력에 도달할 수도 없다.

빛의 속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물체에 에너지를 주입하면 속력이 증가한다. 에너지를 계속 주입하면 계속 속력이 증가할 것이다. 에너지는 얼마든지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속력도 무한정 증가해야 할 것 같은데 초속 30만 킬로미터 이상 증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그렇다면 주입한 에너지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런데 투입된 에너지가 아주 쓸모없이 버려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주여행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당신이 여기에서 10광년 떨어진 어떤 별까지 가는 우주선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자. 빛의 속력으로 가도 10년이 걸린다. 그것은 지구에 있는 사람이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빛 속력의 0.9인 속력으로 여행한다면 당신의 시계로는 약 5년이면 그 별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당신이 만약 빛 속력의 0.99인 속력으로 간다면 약 1년이면 갈 수 있다. 빛의 속력에 가까워질수록 당신의 시계가 천천히 가고, 별까지의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빛 속력에 충분히 근접하기만 하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얼마든지 짧은 시간에 갈 수 있다. 이와 같이 우주선에 투입된 에너지는 하나도 헛되이 버려지는 것이 없이 자기의 값어치를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빛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은 흐르지 않고, 이 우주는 한 점이다. 빛에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빛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빛에는 시간이 남아돌고, 아무리 먼 곳도 언제나 갈 수 있고, 그래서 빛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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