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그 경계에서(2)
Me too, 그 경계에서(2)
  • 전영순<문학비평가>
  • 승인 2018.03.21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 전영순<문학비평가>

며칠 전 친구가 카톡으로 매스컴에서 거론되고 있는 ㅇㅇ씨 너 잘 알지? 하며 거품을 품은 문자가 배달되었다.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격앙되었다. “짐승 같은 짓을 했으니 몰매 맞아도 싸지, 그런데 참 인생이 안 됐긴 안 됐다”는 댓글에 나는 “내가 미모가 좀 딸렸나 봐 나한테까지는 접근한 적이 없네. ㅋㅋ” 하고 농담조로 보내긴 했지만, 현재 불고 있는 미투 운동이 장난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세상에는 누명으로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 문제를 두고 나는 최근에 읽은 G.U. 크리슈나무르티의 『그런 깨달음은 없다』와 서정주의 시가 문득 생각난다.

크리슈나무르티는 도덕, 윤리, 종교적인 것까지 간섭이나 방해 없이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사람들은 신비로운 설명을 갖다 붙여 설득하지만 그건 비밀주의 정책, 은폐 공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유전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한 원초적인 이드(id)는 우리 곁에서 살아 꿈틀거릴 것이다. 예로 황소와 사바를 숭배하는 힌두교 관행도 섹스를 최고의 쾌락으로 여겼던 원시인들의 생식숭배에서 전래하였다고 한다. 십자가조차도 남근의 상징물이었다고 하니 건강한 남성이라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떠한지 지레짐작이 간다. 사회적 사건이나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인간본능의 문제, 즉 생물학적·사회학적인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권력에 지배를 받거나 누명을 쓰고 억울해하는 사람이 없도록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건강한 유전자는 생각이나 감정과는 다르다고 하니 무엇으로 다스려야 할까?

서정주 시인은 `사내가 부득이하면/오입도 아조 피하긴 어렵겠지만/ 이것도 집안이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극히 조샘해서 치루어 내야 한다'고 시로 조심스레 속내를 비쳤다. 문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서정주의 시 「간통사건과 우물」은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벌어지고 있을 남녀 간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한 편의 시로 마무리한다.

유행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 남성들이여! 예전에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유혹했다면 지금부터는 가슴의 문을 열고 머리로 생각하며 유혹하라.

간통사건이 질마재 마을에 생기는 일은 물론/ 꿈에 떡 얻어먹기같이 드물었지만/ 이것이 어쩌다가 주마담 터지듯이 터지는 날은/ 먼저 하늘은 아파야만 하였습니다./한정없는 땡삐 떼에 쏘이는 것처럼/ 웨-하니 쏘여 몸서리가 나야만 했던 건 사실입니다/ “누구네 마누라 허고 누구네 남정네허고 붙었다네!”/ 소문만 나는 날은 맨 먼저 동네 나팔이란 나팔은 있는 대로 다 나와서/ `뚜왈랄랄, 뚜왈랄랄' 막 불어자치고, 꽹과리도, 징도, 소고도, 북도/ 모조리 그대로 가만있진 못하고 퉁기쳐 나와 법석을 떨고,/ 남녀노소, 심지어는 강아지 닭들까지 풍겨져 나와/ 외치고 달리고, 하늘도 아플 밖에는 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픈 하늘을 데불고 가축 오양깐으로 가서/ 가축용의 여물을 날라 마을의 우물들에 모조리 뿌려 메꾸었습니다/ 그러고는 이 한 해 동안 우물물을 어느 것도 길어 마시지 못하고,/ 산골에 들판에 따로따로 생수 구먹을 찾아서 갈증을 달래어/ 마실 물을 대어갔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