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그 경계에서(1)
Me too, 그 경계에서(1)
  • 전영순<문학비평가>
  • 승인 2018.03.20 2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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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전영순<문학비평가>

요즘 대한민국 일부 남성들이 초긴장 상태다. 요소요소에서 미투 미투 하고 봇물 터지듯 툭툭 튀어나오는 여성 피해자들 때문에 혹시 “me too?” 그물망에 걸리지 않을까 내심 몸 사리고 있을 것이다.

권력이나 명예를 가진 계층일수록 긴장감은 더욱 증폭되리라. 어찌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문화예술계, 정치계, 법조계, 학계, 경제계, 종교계뿐이랴. 먼지 털어 안 나는 사람 없다고, 만일 누가 실밥 하나라도 잡고 늘어지는 날에는 두두둑 풀려서 나신이 되는 당신 또한(you too) 가해자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닐 텐데 왜 하필 지금에 와서 세상이 시끄러울까? 미투로 확산되는 사건에만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인간 본능적 차원에서 동물이라는 생물학적 특성을 밝혀내 해결하지 않은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일어나는 미투 운동은 시대·문화적 흐름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가 모두(we too) 미투를 제기하는 가해자 겸 피해자이다. 미투 운동이 얼마나 큰 화젯거리면 잊고 지내던 지인들까지 안부를 보내올까.

오늘 아침 “전 샘은 왜 미투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침묵하냐”는 전화를 받았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이야기인 즉, 예전에 누구누구가 여러 사람 앞에서 전 샘한테 어깨에 손을 얹거나 안으려고 할 때 기분 나빠하던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으니 미투 운동에 참여하란다. 본인이 증명하겠다고. 당사자인 나는 희미한 기억조차도 없는데 말이다.

물론 머리에 쥐가 나도록 짜보면 남녀관계에서 소소한 일들이야 왜 없겠는가. 잘 난 것도 없는데 가끔 남자들이 관심을 보이면 “남자니까 그럴 수 있겠지 뭐”하며 그 경계에서 무관심으로 응대한다. 미투의 출발점이 되는 “그 경계”가 일상과 나락으로 몰고 가는 시점이다. 관점에 따라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나는 가끔 여성들이 대수롭지 않은 일에 호들갑을 털며 과잉반응하는 것을 그리 달갑잖게 본다. 능력이 없어 직위나 명예에 신경 쓸 일도, 매력이 없어 남성들에게 시선을 끌 만큼의 인물도 못 되다 보니 나는 어느 누구에게 아부하거나 주눅이 드는 편이 아니다. 미투 운동이 한창 일고 있는 요즘, 없는 얘기 만들어 타인을 모함하는 사람에게 중벌을 가하는 `가십 운동'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여성의 한 사람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는 것뿐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학 수업을 마치고 교정에서 문우들과 사이좋게 담소를 나누거나 식사를 할 때 짓궂은 문우들이 가끔 전 샘이랑 친구 했으면 좋겠다고 어깨에 손을 얹거나 포옹하려고 손을 벌리며 다가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그 남자는 그런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인데, 유독 내게 행해질 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심으로 인해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 보고 아직도 동화 속 안소니만 찾고 있는 나도 엄밀히 말하면 여성 가십에 의한 피해자다. 요즘도 누가 내게 눈길이라도 주면 당사자인 본인은 무관심한데 동석한 여성은 질투의 눈으로 좌불안석이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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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아 2018-03-26 14:45:11
이런 상식을 가진 여성분들이라면, 얼마든지 미투지지합니다.
하지만, 마녀사냥처럼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끝장내는 사화현상때문에
한번도 가지지 않았던 여성혐오감정이 생길려고 합니다.
전영순님 같은 분들이 이렇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